Go to contents

김정일 주변 다양한 군벌 권력경쟁

Posted October. 15, 2007 07:10,   

ENGLISH

그는 중국 내 북한 권력층 출신 탈북자들과의 인터뷰, 각국 북한 관측가들과의 정보교환, 미 행정부와의 정보 공유 및 토론을 통해 정보를 종합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정상회담과 비교해 김 위원장에게서 주목된 점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러시아 미국의 여러 북한 관측가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김 위원장이 5년 이상 권좌에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면 권력의 역학관계가 매우 혼돈스러워지면서 남북관계에서 결정적인 시기가 올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급변사태에 면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주된 관심은 아무래도 중동지역이기 때문에 결국은 한국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권력은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보이는데.

김 위원장 주변에는 서로 잠재적으로 경쟁하고 적대시하는 다양한 권력 분파가 형성돼 있다. 그들은 각자 무기와 군대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으며 거미줄 같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군부 내에는 잠재적인 군벌들이 형성돼 경쟁하고 있다. 과거 빨치산 세대의 동료, 부하, 자식들의 각종 인맥이 파벌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권력이 갑작스레 사라지면 매우 혼돈스럽고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맞이하는 김 위원장의 태도가 2000년 정상회담 때에 비해 달랐다는 느낌을 받는데.

김 위원장이 훨씬 덜 열정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 중 하나는 건강일 테고, 둘째는 이번 회담에서 얻어내기를 희망한 게 2000년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알리는 기회로 삼되 확고한 약속을 할 의향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노 대통령이 도착한 첫날과 둘째 날의 김 위원장 태도가 달랐는데.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과잉 해석할 필요는 없다. 건강상 이유로 기분의 기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날 노 대통령이 다가오는데 그냥 서서 기다리고 표정도 밝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의도적인 태도였을 가능성이 크다. 즉 북한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상대가 아니며, 결코 아쉬운 쪽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이 김 위원장의 북한 내 권력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 체제 내의 최종적 결정권자이지만 동시에 여러 권력 분파를 민감하게 고려해야 하는 입지에 있다. 결정을 내릴 때 그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병력 철수 문제를 제기했을 때 김 위원장이 이를 단호히 거부한 것은 이번 회담에 앞서 군부와 사전에 협의하고 동의를 받았음을 보여 준다.

노 대통령은 회담 후 김 위원장은 능력 있는 권력자라고 표현했다. 동의하나.

김 위원장은 내부 권력통제 차원에서 매우 빈틈없는(shrewd) 권력자라고 본다. 부도덕하고 억압적인 시스템이지만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주변의 잠재적 위협 요인들을 경쟁하게 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해 간다. 그런 점에서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몰라도 그가 평균적 시민들을 위해 정책 결정을 하는 권력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