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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Posted August. 15, 200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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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돼 일본에 끌려갔던 조선인들이 묵던 건물을 일본의 지방자치단체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려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는 일본 나가사키() 시가 하시마() 섬의 여러 건축물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 유네스코에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일본 내 시민단체인 나가사키 재일() 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모임(인권모임)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나가사키 시는 시 홈페이지에서도 1910년 만들어진 하시마 섬의 건축물은 일본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주거용 건물로 근대화의 유산이므로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이 건물 중 상당수는 19391945년 강제 징용된 조선인 500여 명이 하시마 탄광에서 일하며 일본인 노동자와 함께 생활했던 곳이다.

또 일본의 인권모임이 하시마 탄광 사망자의 매화장 기록서를 확인한 결과 당시 조선인 강제 징용자 122명이 이 섬에서 숨졌고 사인은 두개골 함몰, 익사, 압사 등이었다.

나가사키 항구에서 서남쪽으로 약 18.5km 떨어져 있는 하시마 섬에는 해안선을 따라 47층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 10여 동이 들어서 있다.

이 섬에 있는 하시마 탄광은 일본 미쓰비시 사가 소유했던 것으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서 석탄 생산량이 가장 많은 탄광 중 하나였다.

진상규명위 측은 나가사키 시가 조선인 강제 징용 등의 역사적 죄과를 쉬쉬하면서 무인도로 남아 있는 하시마 섬을 관광지로 개발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가사키 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하시마 탄광에 강제 징용됐던 피해자 박준구(87) 옹은 그 섬은 높은 방파제와 거센 파도로 탈출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조선인들은 전쟁 말기 위험한 작업에 집중 투입됐으며 탄광 관리인들의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진상규명위 이재철 홍보담당관은 나가사키 시가 조선인들의 한과 아픔이 서린 하시마 섬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일본 정부의 어두운 역사 지우기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나가사키 시의 움직임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천광암 turtle@donga.com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