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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원하는 준비된 부모 어린이 인권도 생각해야

자식원하는 준비된 부모 어린이 인권도 생각해야

Posted June. 12, 200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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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결혼한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네 명의 아이를 입양해 기르고 싶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후 인터넷에는 트랜스젠더의 입양권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하리수의 입양 의사를 보도한 인터넷 기사의 댓글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연일 찬반논쟁이 줄을 잇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트랜스젠더 부부가 비공식적으로 입양을 한 사례는 국내에도 이미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 국내 트랜스젠더 인구는 통상 1200여 명에서 많게는 4500여 명으로 추산되지만 지금까지 입양지정기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입양에 성공한 트랜스젠더는 없다.

입양기관들 거부감 표시=현재 법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아이 입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입양자격요건에 성적 소수자에 대한 제한 규정은 없을뿐더러 지난해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입양 규정을 완화하면서는 독신자도 자녀 입양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본보가 접촉한 20여 개의 국내 입양기관 모두는 아무리 다른 조건을 다 갖췄다 하더라도 트랜스젠더인 부모라면 입양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의를 해 오면 자격요건에 대해 설명은 해 주지만 현실적으로 입양에 동의해 줄 수는 없다는 것.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입양기관은 특별한 가정이 아니라 입양아동이 보통의 아이들처럼 클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을 찾는 것이라며 편견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트랜스젠더 가정이나 동성애자 가정이 일반적인 성장환경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듯=국내 입양기관들의 거부감 표시에 대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정신과 의사들은 트랜스젠더의 입양은 성적 소수자의 인권 외에도 어린이의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반면 김붕년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폭력을 행사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는 등 부모로서의 자세를 갖추지 못한 (비트랜스젠더) 부모보다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해 줄 준비가 돼 있는 트랜스젠더 부모가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한국의 성적 소수자들은 자녀와 가정을 가질 권리를 포함해 사회적, 법적 권익을 보호받기 위한 움직임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 공약으로 동성애자의 혼인, 입양 등 가족구성권을 보장하는 법안 발의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내세울 예정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