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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은 철학책 아닌 점술서 옛 성현 권위에 제대로 못봐

주역은 철학책 아닌 점술서 옛 성현 권위에 제대로 못봐

Posted March. 31, 20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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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기사정치학박사작가

저자 문용직 씨의 경력은 다양하다.

어느 하나만 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관심이 항상 바뀌는 천성 탓에 여기저기를 두드리고 다녔다. 그래도 한번 몰두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란다. 하긴 정치학 박사(서울대)나 바둑(프로 5단참고로 국내 최고수라는 윤준상 국수도 5단이다) 경력이 그저 허투루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에 매달린 것은 동양철학서의 대표격인 주역(). 7년여 동안 공부한 끝에 그는 주역은 위대한 철학서가 아니라 단순한 점술서라는 결론을 얻었다. 주역을 연구하는 정통 학자들이 들으면 펄쩍 뛸 노릇이지만 그는 단순한 점서에 학자들이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문 씨가 강조하는 부분은 주역의 6획괘(46 등)가 단순한 숫자라는 것. 최근 발견된 주나라 청동기 유물을 보면 처음에는 그냥 숫자를 썼어요. 그것을 단순화한 것이 6괘죠. 그런데 거기에 철학이 있고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니까 왜곡된 겁니다.

즉 6획괘는 게임에서 주사위처럼 점사()를 지시하는 표지판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은주에서 점치는 관리들이 수백 년간 기록한 점괘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자료인 만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점의 효과는 있다고 인정한다. 고대인이나 현대인이나 삶의 희로애락 문제가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가끔 이를 본다기에 바둑 대국을 앞두고 보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미래 일을 미리 아는 것은 흥미가 없다. 단지 어렵고 곤란한 일에 처했을 때 최선의 방도를 찾는 수단으로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주역과 바둑은 상관성이 있을까? 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이는 주역의 음양과 바둑의 흑백을 두고 연관짓는데 그럼 낮과 밤의 24시간을 바둑에 대입하겠습니까?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인간이 만든 것을 인간이 이해 못할 리가 있습니까? 옛 성현의 무게에 짓눌리니까 주역을 제대로 못 보는 겁니다라고 마무리 짓는 그에게 반골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평하자 정치학을 공부하면 보수가 된다며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주의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유성운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