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58년만에 사실상 해체

　삼성이 59개 계열사와 종업원 50만 명을 이끌던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28일 전격 해체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팀장 이상 고위 임원 9명도 1일자로 전원 사임한다. 고문 등의 직함도 받지 않고 회사를 완전히 떠난다.

　이로써 1959년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삼성물산 비서실로 시작된 이른바 ‘그룹 기능’은 58년 만에 완전히 사라진다. 그룹 기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에는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 12월부터는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꿔 운영돼왔다.

　재계에서 예상했던 그룹 쇄신안은 이날 발표하지 않았다.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마지막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보다는 각 계열사에서 혁신 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해 실행한다는 취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쇄신안을 내놓지 않은 것이 진짜 쇄신책”이라고 했다.

　이준 미전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날 오후 3시 15분경 서울 서초사옥 기자실을 찾아 4분간 짤막하게 해체 발표를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실·차장 등 삼성 수뇌부 5명을 일괄 기소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이 팀장은 A4 용지 반 장 분량의 발표 자료를 통해 “각사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을 한다”고 밝혔다.

　선대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수요 사장단 회의도 폐지됐다. 아울러 정경유착 근절과 재발 방지를 위해 대관(對官)업무 조직은 완전히 해체한다. 외부 출연금 및 기부금도 일정 기준 이상은 각 계열사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 후 집행하기로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