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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영어 자막 올리면, 각국 언어로 번역돼 퍼져 ...K드라마는 자막을 타고

누군가 영어 자막 올리면, 각국 언어로 번역돼 퍼져 ...K드라마는 자막을 타고

Posted August. 02, 2016 06:45,   

Updated August. 02, 201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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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드라마 대사를 각국 언어로 번역한 전 세계 열성 팬들의 활약 덕분이다. ‘비키’는 독특한 자막 시스템을 운영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회원이 1차로 영어 번역을 올리면 세계 각국 사이트 이용자들이 자국 언어로 자막을 번역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된다. 비키 이용자는 누구나 번역 작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번역 사이트 등을 이용한 마구잡이 번역을 막기 위해 자막의 품질을 검수하는 봉사자들도 있다. 

 두 손자를 둔 할머니인 페루의 다니엘라 씨는 영어-스페인어 번역을 담당한다. 그는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본 뒤 한국 드라마 마니아가 됐다”며 “남미 드라마는 항상 디즈니의 공주 이야기처럼 결말이 정형화돼 있는데 한국 드라마는 더 현실적인 반전이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학생인 마치 씨는 “미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아시아 특유의 정서적이고 감성적 요소 때문에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자막 번역의 가장 큰 난관은 한국어의 ‘존댓말’ 개념이다. 브라질 헤시피에 거주하는 여행사 직원 레시티아 씨는 영어-포르투갈어 번역을 담당한다. 그는 “존칭이 없는 영어를 1차 언어로 삼아 번역하기 때문에 한국 대사의 의미를 그대로 살리려면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한국 사극 번역은 그런 면에서 번역하기 가장 어려운 장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한국 드라마 장르가 스릴러, 법정물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을 반기며 소재가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마치 씨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스포츠물이나 SF 등 다양한 장르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