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그리운 얼굴]

30년전 무밭의 신혼시절
"무 뽑아 먹으며 사랑 맹세했었지"

1969년 10월 충남 당진군 대호지면 두산리에서 치른 결혼식 다음날이다. 이틀전에 신부 (신화순·52세) 집인 고대면 장항리에서 혼례를 치른 뒤 필자집으로 돌아와 다시 결혼 식을 치렀다. 당시 형편이 어려워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던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동네 나들이를 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그 중에 필자의 무밭에서다. 다른 포즈를 취하기가 어 색해 무를 뽑아 한입 쓱 베어 문 순간이다. 다른 때보다 무맛이 훨씬 달콤쌉쌀했다.

동네 밭들에는 온통 겨울철 김장거리인 무와 배추뿐이었고 우리 밭에도 대가족의 밥상에 오를 단골 메뉴들이 가득했다. 뒤로는 마을의 초가가 보인다.

당시 풍습대로 중매결혼으로 맞이한 아내는 농사일을 도우며 시부모와 형님 내외를 모시 고 1년 정도 지낸 다음 현재의 집으로 분가해 지금까지 30년째다. 그 때는 빈손이었지 만 열심히 일해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살게 됐고, 직장생활 하는 1남1녀도 결혼할 나이 가 됐다. 이 모든 게 아내의 수고 덕분이다. 모내기를 끝내고 아내의 주름살을 보니 가슴이 아려온다.

김종흔/ 55세·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2리

♣ 위 사진은 동아일보 뉴스플러스에 실린것을 전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