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2000년 2월 졸업 예정.
"알몸으로 거울 앞에 선 느낌."
8시 50분까지 충정로 사옥에 모인 우리 인턴 기자들은 저녁 6시까지-늦은 밤까지 쓴 적도 있지만-매일
두세 개의 기사를 썼다.
인턴 기간이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나? 아니다.
'기자는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 글을 읽는 이들은 인턴 기간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통과할 수 있는 비결을 찾을 것이다.
내가 동아일보의 인턴 기간을 끝내고 한 말이다.
그 동안 내가 받았던 많은 테스트들은 나의 특정 능력에 대한 테스트였다.
영어 시험이면 나의 어학 능력을, 학과 시험이면 과목에 대한 나의 전문 지식을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였다.
특정 시험의 결과가 나쁘더라도 내가 가진 그 외의 능력을 믿으며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 인턴 기간은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인터넷 사용능력, 글쓰기 실력, 창의력, 논리력, 협동심,
대인 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숨김없이 드러나는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이 시간동안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능력과 한계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여러분은 모두 출중하다.
이 기간을 여러분과 우리 동아일보와의 궁합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여러분이 가진 기준을 너무 믿지 마라.
평가 스케줄은 전날 알려주겠다.
미리 준비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가진 기본 능력과 인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뽑을 것이다.
"이로써 우리 18명의 인턴 기자는 방향을 알 수 없는 정글의 한가운데로 떨어졌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점 같은 처지의 동료애를 느끼게 되었다.
스포츠에서 국제 정치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써보았다.
나의 경우 기사 쓰기 연습은 언론문장연습이라는 책을 1주동안 본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스트레이트,
인터뷰, 스케치, 피처, 르포, 박스 기사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화려한 문체를 뽐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획력과 논리력인 것 같다.
모르는 분야라도 수많은 정보를 하나의 의미를 지니도록 선별·재배치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나의 색깔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획력과 논리력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논리에 관한 책읽기를 권한다.)
기간 내에는 상당한 팀워크를 요구하는 테스트가 많았다.
기획취재의 경우 3인 1조로 취재를 나가 동일주제로 기사를 하나씩 써야 했는데, 팀의 글이 하나의 논지를 가지기
위해 취재활동에서의 역할 분담과, 글쓰기에 있어서의 의견수렴이 대단히 중요했다.
우리말 토론과 영어 토론에 있어서도 팀내의 전략 수립 등이 요구되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요령과 방법에 대해 우리는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힘을 북돋아 주었다.
나는 이것이 합격자 수가 생각보다 많았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술을 마신다.' 는 말은 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술자리가 그랬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동아일보를 탐색하는 자리였고, 동아일보 입장에서도 우리의 이면을 탐색하는 자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공짜로 얻어먹는 술의 달콤함에만 도취될 수도 있지만, 동아일보가 인재를 뽑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아무렇게
돈을 쓰겠느냐는 점을 잠시만 생각해보면 대답은 간단해진다.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알고 분위기에 잘 동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술을 전혀 못하더라도 술자리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드럽게 인식시킬 수 있고, 낮에 남보다 더 독자의 마음에
향기를 남기는 글을 쓴다면 이것이 바로 동아일보가 원하는 인재의 모습이 아닌가한다.
새로운 것을 먼저 접하고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는 지적 욕구, 사물과 사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이를 내적으로
정리해두는 습관, 정보 홍수의 시대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능력,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냉철한
탐색과 따뜻한 시선. 상식 공부나 국어 공부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이러한 것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지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 비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