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생.
한국과학기술원대학 화학과 졸업.
서울대대학원 환경계획학과 2000년 2월 졸업예정
합격기라는 것이 '이렇게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일종의 지침이라면,
이 글은 전혀 합격기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공부하지 않아도 자신 있으니까' 하는 생각에서 시험공부를 마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논문, 작문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머릿속에 떠올렸던 것은 대학시절 받았던 '영어작문' 수업이었다.
내가 번역자격인정서를 딴 후 꾸준히 번역을 해왔던 것도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힘이 되었던 것은, 평소에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써왔다는 사실이다.
시험을 위해서라면 사실 소설보다는 사설을 탐독하고, 잡문보다는 건조한 글을 연습하는 편이 옳을 터이다.
그런데 잠깐, 필기시험이나 인턴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글쓰기 뿐이었던가?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글쓰기에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조차도 합격의 왕도를 알지 못하거니와, 안다 하더라도 남에게 똑같은 것을 권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글은 '나는 언론사 시험을 이렇게 공부해왔다'는 합격과정기도 될 수 없다.
언론사 시험을 위한 공부를 따로 해본 적이 사실상 없기에 그렇다.
오히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서 못한 편에 가깝다.
대학에서 이과를 전공한 내 주위에는 신문기자의 뜻을 품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내게, 상식시험이 없는 신문사 시험이란 행운과도 같았다.
'영어와 논문, 작문이라니 응시해 볼만은 하다'는 기분이었다.
필기시험에서나 인턴기간에나 항상 무언가를 '써내야' 한다는 데 대단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글이 안 풀릴 때도 있었고, 분량을 맞추기도 어려웠고, 써보았댔자 '기사'가 아닌 '잡문'이 되기 일쑤였다.
4학년때 들었던 그 교양수업에서 나는 '글이란 치밀한 구성'이라는 점을 배웠다.
펜을 들기 전에 전후좌우의 구성을 먼저 할 것, 단락을 잘 나누는 법, 서론과 결론을 쓰는 법,
접속사 잘 쓰는 법 등을 배웠다.
사적인 글이 아닌 '건조한 글쓰기'에는 이런저런 규칙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것들을 바로 그 수업에서
배웠던 것이다.
흔히들 글쓰기는 공부로 어찌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작문수업은 정말로 공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번역투의 문장을 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옮긴(혹은 쓴) 글을 자주 읽다보면 어떤 문장은 잘 읽히고, 어떤 문장은 안 읽히는지도 깨닫게 된다.
온갖 종류의 소설과 잡지를 읽고, 온갖 종류의 잡문을 끄적여왔다.
(교양국어 시간외에) 국어문법이나 맞춤법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책을 읽으며 자연히 오문이나 악문을
가려낼만큼은 알게 되었다.
신문기사를 제대로 한번 써본 적은 없지만 글쓰기 자체에 갖게 되는 두려움이나 쭈뼛거림은 없어지게 되었다.
분명 기사쓰기는 일기쓰기와 다르고, 다른 방법이 있을 테니까(나도 그 방법을 모르는 마당이다).
허나 글쓰기 자체를 손에 익혀서 나쁠 것은 없다는게 개인적인 견해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글을 쓰기 이전에 무엇을 쓸지부터 정해야 했고, 그것도 정해진 시간을 엄수하여 써내야 했다.
때로는 토론이나 인터뷰로 하루가 간 적도 있었고, 한나절 내내 건물 밖을 돌아다닌 날도 있었다.
뚜렷한 선정기준도 모른채 시험을 치는 양, 그렇게 다면적인 평가기간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2주간 10개도 넘는 기사를 써야 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