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기자를 꿈꾸는 후배님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은 평소 동아일보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도쿄특파원의 경우에는 몇 년전 KBS 전여옥기자('일본은 없다'의 저자)가 첫 사례이지만 신문기자로서는 제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게 중요한 도쿄특파원에 어떻게 선발 됐냐구요?
과거에는 입사 15년 내외의 차장급 이상이 특파원으로 선발됐지만 6, 7년 전부터는 다소 젊어져서 10년 안팎의 기자들이 대부분 이지요.
예를 들어 워싱턴은 세계 정치의 중심지인데다가 남북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치나 남북문제에 정통한 기자가 주로 선발되고 도쿄의 경우에는 정치 경제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특파원 두명중 한명은 정치나 사회, 한명은 경제분야 경험이 많은 기자가 선발되는게 보통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파원이란 것은 꿈도 꾸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를 남자선배들이 질책했습니다.
따지고 보니 도쿄특파원 자리가 '사람 잡아먹는 자리'도 아니고, 이를 악물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얼마전 한국일보 사장에 오른 장명수씨의 예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들도 동아일보에서 특파원, 편집국장, 사장의 꿈을 키워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내년 초 도쿄특파원 부임을 앞두고 있는 동아일보 정보산업부 이영이기자입니다.
그동안 동아일보는 여성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신문인 것처럼 비쳐져온 것이 사실입니다.
왠지 권위적인 남자들이 만드는 남성 중심적인 신문이라는 느낌을 주었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여성인 제가 특파원에 내정됐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동아일보가 어떻게 여성기자를 특파원으로
보낼 수 있느냐"며 의아해하는 눈치더군요.
지금까지는 여성 기자가 특파원이 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동아일보만 해도 작년 여름 김세원기자(84년 입사)가 여성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파리특파원이 됐습니다.
다른 언론사의 경우도 10여년전 한 신문사에서 여성 파리특파원을 처음 파견하긴 했지만 그후로는 거의 전례가 없다가 작년 김세원특파원의 부임을 전후로 몇몇 언론사에서 다시 파리에 여성 특파원을 보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도쿄특파원은 한일관계의 중요성 때문만이 아니라 북한관련 정보가 한국보다 많고 또 경제측면에서도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특파원 가운데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리로 꼽히고 있습니다.
때문에 동아일보 같은 권위지가 여성인 저를 도쿄특파원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다른 언론사들은 매우 파격적이고 과감한 인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대답을 하려면 우선 일반적인 특파원 선발과정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동아일보 해외특파원은 현재 미국의 워싱턴과 일본의 도쿄, 중국의 북경과 유럽의 파리,그리고 러시아의 모스크바 등 모두 다섯 곳에 파견돼 있습니다.
그중 도쿄만 차장급 1명, 평기자급 1명 등 2명이 있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혼자서 커버합니다.
보통 특파원을 선발할 때에는 현지 언어 실력은 기본으로 하고 그 나라나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관련된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지 여부를 최우선시 합니다.
또 현지 언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현지 연수 경험이 있는 기자를 우선적으로 뽑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특파원을 미리 선발한 뒤 최소한 6개월-1년 현지 연수를 실시한 뒤 파견합니다.
특파원 지원자가 많을 때에는 경우에 따라서 외국어나 현지관련 지식 등에 관해 공개시험을 치르기도 하지요.
저는 88년4월 입사해 사회부 수습을 거친 후 생활부와 생활경제부 경제부 편집부 등을 거쳐 현재는 정보산업부에서 산업분야를 담당해왔습니다.
94년 편집부에 발령받은 후 개인적인 관심으로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해 95년 1년간 일본 연수 기회를 얻었지요.
때마침 동아일보는 외부 언론인 지원단체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가 아닌 회사가 비용을 대는 자체 해외연수를 시작했는데 제가 그 첫 케이스로 해외연수를 떠나게 됐습니다.
참고로 언론인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단체는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언론재단과 관훈클럽 등 언론인 단체가 있습니다.
해외연수 역시 어느 정도 현지 외국어 실력은 갖추고 있어야 하며 지원자가 많을 경우에는 비공개 선발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내가 무슨 특파원을..." 이라며 스스로에게 한계를 지어놓았었지요.
그래서 1년간의 일본연수만 해도 저에겐 과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능력만 된다면 회사와 자신 둘 다를 위해서 도전해 볼만 한 것이 아니냐며 위축된 저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며 특파원으로 내정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저를 비롯한 우리나라 여성들은 그동안 너무 사회적인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며 꿈을 잃고 살아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장사장은 취임 인터뷰에서 "평생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내가 사장이 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장사장은 남자동기들이 자신보다 먼저 부장이 되고 국장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남들보다 훨씬 더 인색하게 자신의 능력을 평가해온 것입니다.
특히 동아일보에선 과거 전통적인 남성의 영역이 점차 무너지고 있으며 오히려 여성의 능력을 적극 발굴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후배 여러분의 약진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