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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 美 대선 길목의 두 복병
매케인-브래들리 "길을 비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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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존매케인. 조지 W. 부시와 맞붙은 애리조나 출신의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최근 호 ‘타임’은 부시와 매케인의 공화당 내 대결을 ‘주어진 것이 너무 많은 사나이와 빼앗긴 것이 너무 많은 사나이의 대결’ 이라고 했다.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후광이 두터운 아들과 베트남전 전쟁포로 출신의 상원의원이기에 그렇다. 지금 공화당의 화제는 매케인 돌풍이다. 부시의 초반 열풍의 기세를 꺾을 참이다.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부시를 눌렀다. 승승장구의 기세다. 부시도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아이오와의 공화당 토론에서 ‘가장 좋아하는 정치 철학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부시는 ‘예수’라는 예상 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부시답지 않은 파격이었다. 매케인만 ‘튀라는’ 법이 있느냐는 항변같이 들렸다. 하지만 ‘튀는 것’으로만 따지자면 부시는 매케인에 한참 뒤진다. 매케인의 인기 상승 비결도 이 때문이다. 같은 동료였던 한 상원의원은 매케인을 ‘도화선이 너무 짧아 금방 터지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뉴햄프셔의 공화당 토론에서 그가 받은 첫 번째 질문은 체체니아도 의료혜택 문제도 아니었다. “어떻게 성질이 그토록 고약한가?” “당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왜 또 가장 당신을 싫어하는가?” “사람들은 왜 당신이 포로 시절에 정신 파탄자가 되었다고 수군거리는가?” 등이었다. 고약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 매케인답게 대답했다. “대답은 분명하다. 워싱턴을 움직이는 사람들과 로비스트들은 매케인이 대통령이 되고 나면 많은 것이 달라지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전쟁영웅’ 매케인 불 같은 성미 흠 1974년 해군 파일럿으로 참전했던 베트남 전에서 돌아왔을 때 그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전쟁 포로로 5년6개월간의 악몽을 견뎌내고 살아 돌아온 영웅이었다. 포로가 될 당시 두 팔은 다 부러진 채였다. 치료도 제대로 못받았다. 그는 지금도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지 못한다.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다. 포로가 되었을 때 적군은 그를 풀어주며 돌아가라고 했다. 매케인의 아버지가 미 해군의 유명한 4성 제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대접’을 해준 것이었다. 그러나 매케인은 돌아가기를 거부했다. 다른 포로들을 풀어주지 않는 한 혼자서만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전쟁의 영웅이 되었고 조국으로 돌아왔으며, 명예와 임무의 상징이 되었다 정치에 입문했을 때, 전쟁 포로 ‘매케인 이야기’는 선거 운동감으로는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전쟁 포로 출신의 후보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나는 애리조나의 매케인”이라고 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 대부였다. 그러나 레이건의 ‘애완동물’은 아니었다. 86년 상원의원이 된 지 9개월째의 정치 초년생 매케인은 레이건의 레바논 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공화당 내 ‘이단자’로서의 경력은 이미 이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버지를 빼닮아 작은 체구에 말싸움 잘하고, 공화당인지 민주당인지를 따지기보다는 자기 주장이 앞서며, 불 같은 성미와 한번의 이혼 경력이 그의 최대 약점이다. 빌 브래들리는 민주당의 외로운 이방인이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노리긴 하지만 당내 기반은 고어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그러나 그는 나름대로 당 밖에서 엘리트 조직을 가동시키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의 동창들, 농구 스타들, 실리콘 밸리와 월스트리트의 사업가들이 그를 밀어준다. 영화감독 시드니 폴락, 대형 체인서점 반스앤노블의 렌 리지오 회장, 억만장자 허브 앨런, 언론 재벌 배리 딜러와 마이클 아이스너,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등은 또 하나의 다른 ‘빌’(빌 클린턴 말고)에게 돈을 쏟아붓고 있다. 전직 NBA 농구 스타이자 뉴저지주의 3선 상원의원인 빌 브래들리. 그는 어느 모로 보나 파격적이다. 자기를 상품화하고 대중 속에 뛰어들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살아 남는 미국인의 기준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우선 그는 정치 게임에 무관심하다. 인종간 조화,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정의, 정치 자금 정화, 보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의료 혜택 등이 그의 주된 선거 공약이다. 한마디로 작은 데서 출발하는 정의 사회 구현이고, 이상향 추구다. 그는 남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싫어한다. 특히 정치부 기자들은 딱 질색이다. 혐오하기까지 한다. 다른 사람의 단편적인 이야기만 가지고 가공할 만한 결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그런 기자들이다. 운동선수들이 체육부 기자들을 경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또한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혼자 있기를 즐기고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78년 처음으로 뉴저지 주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는 자기 집 주소를 알리지 않기 위해 운전사를 집 근처 주유소에서 만났을 정도다. 브래들리의 진정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는 부인 어니스틴이 92년 유방암에 걸렸을 때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는 부인의 의료 기록을 혼자 방에서 읽었다. 보좌진들은 누군가가 아픈 줄로만 알았지, 그의 부인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스코틀랜드 출신 아이리시 집안의 외아들인 브래들리는 인내와 끈질김, 개인 영혼의 자유를 존중하는 스토아 철학의 기질이 철두철미하게 배어 있다. 대학에는 가보지 못했어도 고향 크리스털 시티의 은행 대주주였던 아버지 워런 브래들리가 그랬다. 석고관절염으로 고통을 받았지만 한번도 내색하지 않았고, 허리를 굽히지도, 혼자 옷을 갈아입지도 못할 정도였지만 새벽같이 은행 사무실에 나가 앉아 있었던 탓에 아무도 그가 불구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머니의 교육도 빌 브래들리의 성품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동인이었다. 어머니는 ‘남에게 이기려 하지 마라. 남과 다르려고 하지 마라’고 가르쳤고, 엄격한 품성을 키웠다. 외아들 브래들리의 유일한 친구는 농구 코트였다. 하루 네 시간씩 혼자 연습하고 뛰었다. 고교 시절 이후 22년간의 농구 인생은 스타의 길이었다.
브래들리 “정치 게임엔 관심없다” 뉴저지의 첫 번째 선거에서 그는 55%의 득표율로 43%를 얻은 차점자를 누르고 상원의원이 되었고, 이후 18년 동안 상원 의원을 지냈다. 96년 상원 의원에서 물러난 뒤 그는 2년간 지방을 여행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는 물었다. “어떻게 사십니까? 행복하십니까? 사는 얘기 좀 들려주세요.” 이렇게 세상을 만나면서 세상을 알았고, 자신의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대통령 후보 출마를 준비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사람이 되기 전에 인격을 먼저 갖춘 사람’이라고 평한다. ‘혼자 신성한 체하는 사람’이라고 할퀴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래도 그는 늘 정치에 앞서 자기 성찰을 주장한다. “너는 혼자다. 외로워할 줄 아는 사람만이 이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낸다. 외로움은 본질적으로 두려움으로 가득 찬 것이지만, 또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준다.” 그의 어록은 정치인의 것이기보다는 철학자의 것이다. 이런 신조가 정치와 접목되면 이렇게 변한다. “덜 외롭고, 덜 고립되고, 덜 두려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상대방 앨 고어가 비대한 참모진, 헤픈 돈 씀씀이, 애매모호한 주장, 클린턴 후유증으로 고전할 때 그는 단신으로 뛰어다니면서 핵심을 찌르는 선거 전략을 구사했다. 84년형 올즈모빌 승용차를 끌고 다니면서, 아이오와에 선거본부를 차릴 때는 단돈 500달러짜리 월세로 정했다. 누가 뭐라던 그는 자기 방식이 있다. 사진 기자들이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면 뻣뻣이 굳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기보다는 파안대소든 침울한 표정이든 그때 그 감정으로 아무렇게나 자연스러워지는 사람이 브래들리이다. 포장하지 않은 것이 바로 그의 포장이라는 평이 옳다. 그는 덕(德)을 갖추었다. 그러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노리는 그에게 ‘이제 그 덕을 파는 것의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토록 사적인 사람이 어떻게 대중에게 봉사하려 하느냐는 매서운 비판이다. 베스트셀러는 늘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브래들리는 물러서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선거 이상의 것이다. 고매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행동에 옮기기 전까지는 하찮은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가 보는 리더십은 동양인의 것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다.”
<이흥환/ 워싱턴 통신원 Hhlee0317@c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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