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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 굿바이 20세기
지구촌 뒤흔든 10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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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까지만 해도 스캔들은 상류사회의 것이었으며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는 ‘고급 정보’였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는 그 양태가 달라졌다. 스캔들의 대중화가 이뤄진 것이다.스캔들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부정행위, 오직 사건, 부끄러운 행위, 불명예 등이다. 스캔들은 그 주인공들에게 불명예와 사회적 추락을 안겨주는 지뢰역할을 했던 반면 스캔들을 일으킬 수 있는 지위와 능력에 대한 부러움 또한 자아냈다. 프랑스의 작가 구르몽은 “사람들이 스캔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숨은 자신의 추문도 당연한 일 같이 보여주기 때문”이라 갈파했지만, 스캔들조차 일으킬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은 명사들의 추문 속에서 자신을 변명할 적당한 무기를 찾는 것은 아닐까. “나는 누구만큼 미인은 아니지만 그녀보다 정숙하다”는 식의 자기만족이 그것. 그래서 스캔들에 관한 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이중 잣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어찌됐건 인간사회가 계속되는 한 스캔들은 끝없이 생겨날 것이다. 지난 100년간 세계를 뒤흔든 스캔들을 살펴보자.
●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마타 하리 1900년대 초반 유럽에서는 관능적인 인도무용을 하는 무희가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네덜란드 출생으로 군장교인 남편의 근무지였던 자바에서 발리섬의 민족무용을 배웠다는 이 무희는 훗날 본명보다 마타 하리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다. 마타 하리는 말레이어로 ‘태양’이란 뜻. 이혼한 뒤 1905년 파리 몽마르트르에서 무용가로 데뷔한 그녀는 이후 고급창부로서 정재계 요인들과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다. 말년의 마타 하리는 돈이 궁했던지 2만마르크에 독일의 스파이가 된다. 1914년 1차세계대전 발발 뒤 ‘H21호’란 암호로 프랑스에 입국한 그녀는 바로 그해 영국 해군첩보기관의 외교통신 해독으로 마드리드 주재 독일해군 소속 스파이임이 밝혀지면서 파리에서 체포됐다. 프랑스 군사법정은 ‘마타 하리가 훔쳐낸 군사기밀은 연합군 병사 5만명의 목숨에 상당한다’며 사형을 선고했고, 그녀는 41세 되던 해인 1917년 10월15일 파리교외 반센숲에서 프랑스군 처형반에 의해 총살됐다.
●세기의 로맨스 윈저 공과 심프슨 부인 스캔들 하면 왕실을 둘러싼 스캔들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영국왕실은 앤 불린과의 결혼을 위해 국교를 바꾼 헨리8세를 비롯해 스캔들의 산실로 유명했다. 20세기 초,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에드워드8세 이야기는 처음 스캔들로 시작했지만 훗날에는 ‘세기의 로맨스’로 평가됐다. 1936년 12월10일 오후, 온 영국이 숨을 죽였다. 3시42분, 하원의장은 침통한 어조로 볼드윈 총리가 건넨 칙어를 읽어나갔다. “오랜 시간 신중히 고려한 결과, 짐은 왕위를 버리기로 했다….” 독신이던 영국왕 에드워드8세가 두 번의 이혼 경력을 가진 미국여성 워리스 심프슨과의 사랑을 위해 국왕자리를 동생 요크공에게 넘기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 에드워드8세는 6년간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을 추진했으나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는 귀족도 영국인도 아닌데다 유부녀였기 때문. 10월에 두번째 남편과의 이혼은 성사됐지만 왕비가 되기엔 두 번의 이혼경력은 너무도 큰 장애였다. 에드워드8세는 이튿날 밤 10시 라디오를 통해 국민에게 작별을 고한다. “사랑하는 여성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국왕으로서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없어….” 젊은 국왕의 쾌활하고 평민적인 풍모에 애정을 가졌던 영국민은 눈물로 이 방송을 들으며 그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방송을 끝낸 뒤 윈저공으로 격하된 그는, 새로 왕이 된 조지6세 등 가족과 이별연을 한 뒤 곧장 심프슨 부인이 기다리는 칸으로 떠났다.
●할리우드의 마녀사냥 매카시 스캔들 2차대전 직후 좌우냉전 대립구도가 세계를 가르면서 서방세계에서는 반공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 중에서도 미 상원의원 매카시는 강경한 반공 주장으로 ‘마녀사냥’ 분위기를 주도했다. 빨갱이 사냥의 핵심은 ‘밀고’를 강요하는 것이었다. 할리우드 스타 중 상당수가 강요에 못이겨 밀고자가 됐다. 일부는 매카시즘에 항의하다가 외톨이가 되기도 했으며 아예 미국을 떠난 스타도 있었다. 밀고자나 밀고당한 사람이나 할리우드에서는 ‘왕따’당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게리 쿠퍼 같은 대스타도 조사를 받아야 했고, 한때 공산당원이던 엘리아 카잔은 훗날 전향해 동료 8명의 이름을 불었다. 매카시 선풍을 피해 1952년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떠난 찰리 채플린이 다시 미국을 찾은 것은 1972년에 이르러서였다. 반공이라는 이름의 맹목적 광기로 가득 찬 어두운 시대의 그림자는 할리우드에 오랜 기간 씻을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스캔들의 여왕'엘리자베스 테일러 대중스타들의 잦은 결혼과 이혼 등은 이제 스캔들 축에 끼지도 못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세기의 미녀’로 공인된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던 시절만 해도 그 소식이 대중에게 주는 문화적 충격은 대단했다. 리즈 테일러는 지금까지 도합 7명의 남성과 8번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일부일처-백년해로’ 결혼관에 도전장을 던졌다. 특히 영화 클레오파트라를 촬영할 때 만난 리처드 버튼과는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반복, 사연 많은 로맨스를 펼쳤다. 지난 96년 20세 연하의 여덟 번째 남편 래리 포텐스키와 5년간의 결혼생활을 마감한 뒤 다시 리즈 테일러가 결혼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제 환갑을 넘긴 지 오래된 리즈 테일러가 과연 새로운 남편을 찾게 될까. 21세기의 관심거리로 넘겨야 할 듯하다.
●미국 사회의 문화를 바꾼 워터게이트 미 정치 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기록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사회의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큰 교훈을 남겼다. 72년 6월17일 워싱턴 서쪽 워터게이트빌딩의 미 민주당사에 침입한 괴한 5명이 체포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 사건은 닉슨 행정부의 비리를 밝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선거자금 불법 모금, 정적 및 반전파 인사들에 대한 매수와 협박, 도청, 진실은폐 시도 등이 차례로 밝혀지면서 닉슨은 결국 74년 8월9일 미 역사상 최초로 현직에서 물러나는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일본 최대 정계 오직사건 록히드 스캔들 일본 최대의 정계 오직 사건으로 꼽히는 록히드 스캔들은 현직 총리가 검찰에 소환되는 기록을 남겼다. 1976년 7월27일 당시 일본 금권정치의 대부로 알려졌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가 구속된 것. 록히드사건은 76년 ‘미국군수업체인 록히드사가 일본의 정치인 및 고관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증언이 미 상원에서 터져나옴으로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을 추적한 도쿄지검특수부는 다나카 전 총리를 외국환법, 외국무역관리법 위반혐의로 체포했다. 다나카 총리가 록히드사의 트라이스터기 도입과정에 개입, 록히드사로부터 모두 네 차례, 5억엔에 달하는 현금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도쿄지검은 수사과정에서 다나카에 대해 총리 지위를 이용한 뇌물수수죄를 추가했고, 다나카 총리는 83년 10월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징역 4년, 추징금 5억엔의 실형을 언도받기에 이른다.
●마르코스와 이멜다의 부패 스캔들 86년은 필리핀의 장기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피플 파워’에 떠밀려 기약없는 망명길에 오른 해. 마르코스와 이멜다가 떠난 뒤 필리핀 당국은 이들이 20년간의 재임과정에 벌여놓은 부정부패의 실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65년 대통령이 된 마르코스는 69년 재선에 성공하자 72년에는 계엄을 선포, 장기독재의 발판을 마련한 다. 그 뒤 8년여의 계엄연장과 다섯 번에 걸친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체제를 굳혀갔다. 76년에는 내각제 개헌을 통과시켜 대통령과 총리를 겸한 절대 권좌에 올랐다. 이멜다는 마닐라 시장과 주택건설부장관을 겸하며 국정을 농단했다. 직계 가족도 모두 권력 핵심부에 포진시켰다. 마르코스는 정치자금 조달을 위해 ‘측근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공공사업에서는 전체 사업규모의 15%를 커미션으로 요구, ‘미스터 15%’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마르코스 일가가 해외로 빼돌린 부정축재 금액은 1986년 당시 필리핀 외채규모와 맞먹는 100억달러에 이르렀다. 89년 마르코스가 하와이에서 지병으로 사망한 뒤 이멜다는 91년 귀국, 92년 대선에 출마했다 낙선하기도 했으나 아직도 정치에 대한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94~95년 유럽 3국을 휩쓴 부패 스캔들 94년 10월 유럽은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고위공직자들의 부패 스캔들로 떠들썩했다. 영국에서는 팀 스미스 북아일랜드 담당장관이 한 백화점 소유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인책 사임함에 따라 존 메이저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에서는 알랭 카리농 전 체신장관과 롱게 장관의 잇따른 스캔들로 우파진영이 좌파진영에 정권을 물려주는 계기가 됐다. 이탈리아에서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자신이 총수로 있는 피닌베스트 그룹과 관련된 뇌물공여 혐의로 궁지에 몰렸다. 현직 총리도 이탈리아 사정검사들의 ‘마니 폴리테’(깨끗한 손)에 걸려든 것이다.
●'세기의 파경' 찰스 왕세자 부부 윈저공과 심프슨 부인의 뒤를 이어 20세기 말엽 영국왕실은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모은다. 96년 3월 찰스 왕세자 부부의 이혼사건이 그것. 이혼의 배경에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스캔들이 자리하고 있다. 찰스 왕세자가 유부녀가 된 혼전 연인 카밀라 파커 불스와 만남을 계속하자 이에 맞서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불륜을 저질렀다. 그러나 영국의 여론은 왕세자비에 동정적이었다. 97년 프랑스 파리에서 다이애나비가 드라마틱하게 생을 마감함으로써 이 커플은 다시 한번 세기의 화젯거리가 된다.
●대통령 자리도 흔든 지퍼게이트 20세기 말엽,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최대의 스캔들은 역시 클린턴 미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성추문. 하원에서 발의된 탄핵소추안이 99년 2월 상원에서 부결돼 클린턴이 가까스로 사임위기를 넘기기까지, 세계 최강국 지도자인 미국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은 장장 13개월간 전세계 언론을 장식했다. 집권 뒤 5년간 세 차례의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외에도 대마초 흡연, 병역기피, 화이트워터 사건 등 클린턴 대통령은 당대의 스캔들 메이커로 부상했다. 이런 클린턴의 심리에 대한 연구도 잇따랐다. 성공의 외길을 달린 그가 10대들이 흔히 가진 ‘불패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 스스로 파멸의 씨앗을 뿌릴 운명이라는 등의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리=서영아 기자 sy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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