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2·슬픈 역사의 땅, 영월


  絶勝 청령포에 담긴 「소년왕」의 피눈물

  산 자수명한 강원도에서도 특히 영월군은 산과 물의 절묘한 조화가 참으로 빼어난 곳이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에서 흘러내린 높고 험한 산자락들이 영월 땅 깊숙이 뻗쳐 있고 그 산자락들을 비집고 굽이감아 흐르는 동강과 서강, 옥동천의 물길은 곳곳마다 절승(絶勝)을 이루어 놓았다. 고려 시대의 문관인 정공권의 시구대로 "칼 같은 산들이 얽히고설켜 있고 비단결 같은 냇물은 맑고 잔잔한" 곳이다. 그러나 영월 땅은 그 수려함을 좇아 얕은 감상과 설렘만으로 돌아다녀 볼 데는 아니다. 이른바 '단종애사(端宗哀史)'의 마지막 무대로서 눈물과 한으로 얼룩진 비운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곳이기 때문이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과 굽이굽이 흐르는
    물길이 어우러져서 풍광이 아름다운 곳


    1452년 5월 열두살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단종은 재위 3년 만에 숙부인 수양 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했는데, 그로부터 1년 뒤 집현전 학사들이 주동이 된 단종 복 위(復位)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사전에 발각되어 연루된 사람들은 모두 처형당하였 고 그 이듬해에 단종도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 청령포(淸冷浦)에 유배된다.

    청령포는 영월 읍내에서 남서쪽으로 3km쯤 떨어진 서강 가에 위치한 곳인데, 굽이 치는 강물과 하얀 치마폭을 펼친 백사장, 아름드리 소나무들로 울창한 솔밭과 깎아지 른 듯한 바위 절벽 들이 어우러져 있어서 풍광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남북 삼면이 물길에 에워싸여 있는 데다가 서쪽은 천길 높이의 벼랑에 가로막혀 있어 유배지로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 나 나룻배를 타지 않고서는 청령포에 드나들 수가 없다.

600살 觀音松의 「지긋한」 침묵


▲청령포의 솔밭 한가운
데에 우뚝 서 있는 관음송
(천연 기념물 제 349호).


    이곳에는 노산대, 망향탑 등 단종이 유배되었을 적의 자취가 여태껏 남아 있으며 솔밭의 한가운데에는 관음송(觀音松)이라는 노송 한 그루가 수백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서 있다. 수령이 600년쯤이라는 이 나무를 관음송(천연 기념물 제 349호)이라 하는데, 생멸(生滅)하는 것으로는 유일하게 단종의 유배 생활을 보고[觀] 단종의 한 맺힌 절규를 들은[音]소나무[松]라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단종이 기거했던 집터에는 영조 때에 세워진 단묘유지비(端廟遺址碑)가 있다. 그리고 나루터가 건너다보이는 솔밭 가장자리에는 '청령포금표(淸冷浦禁標)'라고 새겨진 금표비가 서 있는데, 이 비석은 '동서로 300척(약 0.9km), 남북으로 490척(약1.5km)은 왕이 계셨던 곳이므로 뭇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푯말이다.

    유배되던 해의 여름에 홍수로 청령포가 범람하자 단종은 영월 객사인 관풍헌(觀風 軒)으로 거처를 옮겼다.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단종은 자규루에 자주 올라 자신의 처 지를 한탄하며 시를 읊곤 했다. 그때에 지은 단종의 시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 이 「자규시(子規詩)」이다.

    원통한 새가 되어 궁궐을 떠나오니

    외로운 그림자 산중에 홀로 섰네

    밤마다 잠들려 해도 잠 못 이루어

    어느 때 되어서야 이 한이 다할꼬

    두견새 소리 그치고 조각달은 밝은데

    피를 뿌린 듯한 골짜기의 봄꽃만 붉다

    하늘도 저 애달픈 소리를 듣지 못하는데

    시름에 찬 내 귀에는 어찌 잘 들리는고

    단종이 영월에 유배되어 있을 무렵, 경상도 순흥에 유배되었던 숙부 금성대군이 단 종의 복위를 꾀하였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단종은 다시 노산군에서 서인(庶人)으로 강등되었고 마침내는 세조가 내린 사약을 받게 된다. 그때 가 1457년 10월 24일, 단종의 나이 열일곱살 때였다. 금부도사 왕방연이 사약 담긴 그 릇을 감히 내밀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단종의 하인인 복득이라는 자가 뒤에서 활줄로 단종의 목을 졸라서 죽였다고 한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더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라는 유명한 시조는 왕방연이 청령포를 에돌아 흐르는 강가에 밤새 앉아서 단종의 죽음을 슬퍼하 며 남긴 것이라고 한다.

산과 물의 합창속에 슬픔 더하고…


            ▲ 소나기재 부근의 선돌
           절벽 위에서 바라본 서강


    단종의 시신은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강가에 버려져 있었으나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거두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 며칠 뒤 영월 호장 엄흥도가 야음을 틈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여 동을지산에 묻고서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단종의 무덤은 중종 11년(1517년)에 어명으로 찾을 때까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버려져 있었다가 숙종 24년(1698)에 단종으로 복권되자 무덤도 왕릉으로 격상되어 장릉(莊陵)이라는 능호(陵號)를 얻었다. 죽은 지 200여년 만의 일이었다.


    ▲ 영흥리 동을지산 기슭에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장릉(사적 제196호)


    오늘날 장릉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는 모두 묘를 향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마 치 묘에 절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묘 앞에는 칼 든자에게 왕위를 빼앗겼다고 하 여 문인석만 서 있고 무인석은 없다. 장릉 경내에는 엄홍도의 정려각, 충신과 시종들 의 위패를 모신 충신각, 제사 지낼 때에 제수를 차려 놓는 배식단, 제사를 지낼 때마 다 수량이 더 풍부해진다는 우물 영천(靈泉) 등이 있다.


    ▲ 장릉에서는 매년 한식날(4월 5일)을 기해
    단종의 넋을 위로하는 단종제가 열린다.


    단종이 복권된 뒤로 나라에서는 해마다 한식날에 제사를 올려 단종의 넋을 기렸다. 이 제사는 1967년에 단종제로 이름이 바뀌며 영월 지방의 향토문화제가 되었는데, 이 때에는 영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근의 여러 군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밖에 가볼 만한 곳

    △선돌 : 장릉 가까이에 위치한 소나기재의 정상에서 숲길을 따라 50m쯤 들어간 곳에 있다. 물길과 산자락의 조화가 빼어난 영월 땅의 경관을 대표할 만한 절경이다. 까마득히 높은 절벽 위에 서면 태극을 이루며 굽이쳐 흐르는 서강의 짙푸른 물길과 끝없이 중첩되며 이어지는 태백산맥의 산자락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처럼 펼쳐진다.


    ▲ 주천면 무릉리 주천강 바위벼랑
    꼭대기에 있는 요선정과 마애여래좌상.


△무릉리 요선정 : 주천면 무릉리의 주천강변에 우뚝 솟은 절벽 위에 위치한 정자. 정자 옆쪽의 물방울처럼 생긴 바위에는 마애여래좌상이 새겨져 있고 그 앞에는 창건 시대를 알 수 없는 작은 삼층석탑이 하나 있다. 절벽 아래에 있는 요선암 부근의 강 변 풍경과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천강은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여기서 북쪽으로 10여 km쯤 떨어진 법흥리 사자산 기슭에는 법흥사라는 사찰이 있다. 이곳에 있는 적멸보 궁(寂滅寶宮;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불전)은 양산 통도사, 오대산 중대, 설악 산 봉정암, 정선 정암사의 적멸보궁과 우리나라의 5대 적멸보궁으로 꼽힌다.

●여행정보

△숙박
영월 읍내와 장릉 부근에는 파크장(0373-73-6110)과 신라장(0373-73-8771)을 비롯, 장급 여관이 많고 주천면 소재지에는 주천모텔(0373-72-3588)이 있다. 법흥사 입구와 청령포 부근에는 민박집말고는 숙박시설이 없다.

△맛집

      ▲ 장릉보리밥집의 보리밥 정식


장릉 근처의 장릉보리밥집(0373-374-3986)은 맛깔스런 보리밥을 푸짐한 밑반찬과 함께 내놓는 집이다. 감자가 섞인 보리밥을 10여가지의 맛깔스런 산나물과 함께 된장 찌개에 비벼서 풋고추와 야채쌈을 곁들여 먹는데, 구수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보 리밥 4,000원, 도토리묵 3,000원, 손두부 2,000원

영월초등학교 옆에 위치한 두꺼비식당(0373-374-2876)은 영월의 향토 음식인 칡국 수를 잘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교통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된 뒤로 영월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중앙고속도로 신림 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 402번 지방도로를 달려서 영월 주천면을 거 쳐 소나기재를 넘어서면 곧바로 장릉이다. 신갈분기점에서 장릉까지 2시간 3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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