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얘기로 시작해도 될 지 모르겠다. 수년전, 그러니까 자율학습이랑 명목으로 학교에서 하루종일을 보내야만 했던 시절, 유일한 즐거움은 라디오 청취였다. 밤늦은 자율학습 시간엔 선생님 몰래 이어폰을 꼽고 있을 정도로 라디오와 그 속에서 전해오는 음악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노래를 들었다. 제목도, 부른 사람도 처음부터 귀기울이지 않아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때 받은 느낌만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어설프게나마 록과 헤비메탈에 대해 알고 있던 나는 '우리나라도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한국말로도 록을 노래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과 도대체 이 노래와 부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에 빠졌다. 며칠뒤 역시 라디오를 통해 그 노래는 '시나위'라는 그룹이 부른 <크게 라디오를 켜고>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노래를 들으면 들을 수록 시나위에 대한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친구 한명이 어떤 행사장에 함께 가자고 했다. 그렇게도 궁금해 하는 시나위가 그곳에 나올 예정이라며. 그렇게 시작된 시나위와의 만남. 자유롭게 소리를 질러대도 좋은, 낯선 공간에서의 첫대면은 또다른 세상을 알게 해주었다. 엄격히 말하면 만남이 아니라 일방적인 바라봄이었지만, 어쨌든 그런 만남이 있은 뒤부터 더욱 시나위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 후 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