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도서출판:신간소개]

◆ 그대 기차 타는 등뒤에 남아

80년대 후반에 등단, 90년대에 들어서도 고집스럽게 리얼리즘이라는 창작방법론을 고수함으로써 개성적인 소설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젊은 작가 김한수의 두번째 소설집 「그대, 기차 타는 등뒤에 남아」가 출간되었다.
그간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척된 계층의 삶을 생생하게, 그야말로 더럽고 추한 속살까지를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주목을 받아왔다.
소설집 중의 한 작품을 소개해본다.
'숨쉬는 화석' 스무 개나 되는 동이 모여 있는 연립주택 반지하에 살고 있는 나는 아내와 함께 부대찌개 전문점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아내가 노출증에 걸린 변태성욕자로부터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경이 예민해진 나는 2층에 사는 남자를 의심한다.
나는 현장에서 그를 붙잡아 응징하고 싶다. 그러나 나 역시 만화방이나 전화방, 퇴폐이발소 같은 곳에서 빈둥거리는 속물적인 존재다. 소설의 결말에서 마침내 나와 아내는 그 변태성욕자와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그는 2층에 사는 남자가 아니다. 그 남자를 잡으려다 놓친 나는 그 순간 이 사회의 변태성욕자는 그 한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 김한수는 1965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88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중편 '성장'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봄비 내리는 날」과 장편소설 「저녁밥 짓는 마을」「하늘에 뜬 집」이 있다.
방혜영<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김한수 지음 ★ 문학동네 ★ 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