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번호 |
제7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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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계만(蔡桂萬, 1915년생) |
씻김굿에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내용을 달리하는 굿이 여럿 있다. 초상이 났을 때 시신 옆에서 행하는 곽머리 씻김굿, 소상(小祥)날 밤에 하는 소상 씻김굿, 이런 씻김굿을 제때 못 하였거나 집안에 우환이 심해 벌이는 날받이 씻김굿, 집안의 경사에 대해 조상의 은덕을 기려 벌이는 영화 씻김굿, 물에 빠져 죽은 이의 넋을 건져 한을 풀어 주는 넋 건지기굿, 총각이나 처녀로 죽은 이들끼리 결혼시키는 저승 혼삿굿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렇듯 다양한 굿의 종류에 따라 굿의 내용과 순서가 약간씩 다를 수밖에 없지만, 가장 일반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굿날이 조왕(조王, 민간의 부엌을 맡은 신)의 하강일(下降日)이거나 도회(都會)일 때 조왕반을 행한다. 다음 조상께 부정을 물리고 신들에게 굿하는 목적을 고하는데, 객사한 경우에는 그 떠도는 혼을 불러들이는 혼맞이굿과 씻김의 주인고인 망자와 조상, 그리고 망자의 생전 친구였던 이를 청하는 초가망석굿을 행한다. 이때 불러들인 영혼을 흠향하게 하는 쳐올리기를 한다.
손니굿에서는 먼저 천연두신인 마마신을 불러 대접하는 경우와 망자의 생전 친구였던 이들의 혼을 불러들여 놀린다. 제석님께 고하는 제석굿이 끝난 다음엔 원한을 상징하는 고를 풀어 가며 영혼을 달래 주는 고풀이와 시신의 영돈을 마는 영돈말이가 이어진다. 이때 영돈을 맑은 물로 깨끗이 씻어 극락왕새을 기원하는 이슬털기를 한다. 이것을 '씻김'이라고도 하는데 이 대목이 씻김굿의 중심 대목이다.
씻김이 끝난 다음엔 영돈 위의 넋을 끄집어내어 손에 들고 시왕풀이와 이승에서의 모든 원한을 풀어 주는 넋풀이, 억울한 한의 넋두리를 풀어 주는 동갑풀이, 약을 구하지 못해 죽은 한을 풀어 주는 약풀이를 행한다. 그리고 망자의 한이 풀어졌는지를 보는 넋올리기와 가족이나 친천이 잡은 손대를 통해 망자의 혼이 내려 이승의 한을 말하는 손대잡이를 행한다. 그 다음 저승에서의 육갑(六甲)을 풀어 주는 희설과 극락으로 가는 길을 깨끗이 닦아 주는 길닦음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망자의 혼을 배송하는 종천으로 씻김굿은 마무리된다.
조왕반은 굿날이 조왕의 하강일을 지나 조왕의 도회일 때만 행하는 것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안당은 조상들에게 누구를 위한 굿인지를 고하는 굿이며 혼맞이는 객사한 망자의 씻김굿을 할 때라야 놀아진다. 객사자의 혼은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므로 그 집의 대문 밖 길이나 마을 앞에서 이 굿을 한다. 초가망석에서는 주인공인 망자와 조상, 망자의 생전 친구였던 이의 혼을 불러들인다. 그리고 이어 쳐올리기를 하며 그 불러들인 영혼들을 즐겁게 해 주고 흠향하게 한다.
손님굿은 두 가지 복합적인 뜻을 갖는다. 하나는 천연두신인 마마신을 불러 대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망자의 생전의 친한 친구들 영혼을 불러들여 즐겁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손님굿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
소쿠리에 쌀을 담아 놓고 그 위에 대를 세워 놓은 것을 '손대'라 한다. 망자의 가족이나 친척이 이 손대를 잡고 있으면 망자의 혼이 내려 이승에서 맺혔던 원한을 모두 이야기한다.
희설은 저승의 육갑(六甲)을 풀어 주는 대목이다. 그 다음 질베 삼삼척(三三尺)을 큰방 문에서부터 대문 쪽으로 펴 놓고 그 위에 넋을 넣은 놋주발(행기)로 길을 닦듯 문지르면서 하직을 고하는 길닦음이 있다. 끝으로 태워야 할 물건을 대문 밖으로 가지고 나와 불사르면서 당골 혼자 징을 두드리며 망자의 혼을 배송한다. 이것이 씻김굿의 마지막 대목인 종천이다.
진도 씻김굿의 음악은 육자배기를 주로 하고 악기로는 피리, 대금, 해금, 장구, 징으로 편성된 삼현육각을 쓴다. 1980년대 이래 가야금, 아쟁, 북이 더해지기도 하고 때로 정주나 바라가 보조 악기로 사용된다. 무가(巫歌)의 형식은 홀로 부르는 통절(通節)형식과 선소리를 메기고 뒷소리로 받는 장절 형식으로 되어 있다. 선율의 부침새와 여러 세련된 가락 구성을 구사하여 음악이 매우 흥겹고 아름답다.
의상은 흰 고깔에 흰 버선, 흰색 치마저고리 위에 흰 장삼을 입고 다홍 띠를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허리로 빗겨 걸치는데 다른 지역의 것에 비해 소박하다. 춤은 망자의 한을 풀어 주는 지전(紙錢)춤을 위주로 하는데, 다른 지역의 무당춤과는 달리 발을 올리거나 뛰는 동작이 없다. 제자리에 거의 정지한 동작으로 감정을 맺고 그것을 적절히 얼렀다가 우아하게 풀어낸다.
진도 씻김굿에 사용되는 도구로는 굿청 차림에 쓰이는 병풍, 액그릇, 지숙, 혼배, 질베, 쑥물과 향물, 빗자루, 누룩, 동백떡, 청계수, 매듭띠, 행기, 명주천 등과 정주, 신칼, 손대, 넋지전, 넋당석 등의 무구이다. 쑥물, 향물, 청계수는 빗자루와 함께 이슬털기에서 쓰인다. 옛날에는 길닦음에서 '반야용선'이라는 배를 만들어 그 속에 넋을 넣고 문지르면서 놀았다.
진도 씻김굿은 1980년 11월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되었다. 무가 보유자인 박병천(1933년생)은 수대로 이어져 온 무가(巫家)에서 태어나 부모에게서 여러 가지 굿을 배웠다. 그 밖에 아쟁의 채계만(1915년생)과 무가의 김대례(1935년생)가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보유자 후보로는 장구의 박병원이, 무가의 정숙자는 조교로, 악사 김오현은 보조자로 진도 씻김굿의 전승과 보존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