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무(太平舞)

지정번호	제92호
지정일자	1988년 12월 1일
현보유자	강선영(姜善泳, 1925년생)

태평무는 정악이 아니라 무악(舞樂, 춤출 때에 아뢰는 아악)적 성격이 짙은 삼현육각으로 반주를 삼으며, 춤에 흥겨움과 도무(跳舞)가 있는 것으로 보아 무당들이 풍년을 기원하면서 추던 춤을 재인들이 재창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재인청의 후예들에게 배웠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태평무는 무당춤에 바탕하되 궁중 무용에도 영향을 받으면서 재인들이 예술적으로 가꾼 춤이라 할 수 있다.

춤에는 왕과 왕비에 대한 축원과 태평 성대하기를 축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태평무는 장단이 복잡하므로 가락을 알지 못하고는 춤을 만들 수도 없고 또 춤을 출 수도 없다. 고증자들은 태평무를 한성준이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음악에 재주가 있고 박자에 능한 사람이었기에 경기도 도당굿의 왕거리에서 나온 춤을 마루나 방 안 춤으로서의 태평무로 재구성한 것이라 보는 것이다.

살풀이춤이나 승무는 발을 사뿐히 들어서 뒤꿈치를 디디며 일직선으로 발을 놓지만 태평무는 발에 원을 그리지 않으면 그 장단을 맞출수가 없다. 잔발을 딛고 돌리며 굴리고 잦은 깨금발을 띠고 잔가락을 넣으면서도 발짓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렇듯 태평무는 동작이 섬세하고 우아하며 동작 하나하나에 절도가 있다. 특히 발디딤이 다양하며 발을 구르는 기교적인 발짓춤은 이 춤만이 가진 멋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춤은 광복 뒤 이른바 전통 무용가라 할 수 있는 여러 사람들이 추고 있으나 한성준류 태평무는 예능 보유자 강선영(1925년생)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태평무의 무복은 남성인 경우 남복을 입고 여성인 경우는 궁중 여복 차림새를 한다. 강선영이 입고 추었던 무복은 내의는 당의, 외의는 원삼을 바탕으로 하고 손에는 한삼, 머리는 큰머리로 장식하였다.

태평무의 반주 음악은 경기도 무속 음악인 진쇠가락을 비롯하여 낙궁, 터벌림, 올림채장단, 도살풀이 등의 가락으로 되어 있다.

춤의 형태는 낙궁(길군악)장단에 춤추는 사람이 등장하여 터벌림 64장단에 비교적 고운 춤을 추다가 원삼을 벗어 보조자에게 주고 당의를 입은 채 활발하게 춤을 춘다. 발디딤이 빨라지면서 겹걸음, 따라붙이는 걸음, 단걸음, 무릎들어 걷기, 앞꿈치 찍고 뒤꿈치 디딤, 엇붙이는 사위, 제자리에서 발굴리기, 연풍대로 회전한다. 이어서 올림채, 도살 풀이에서는 다양한 춤사위를 구사하면서 터벌림에서 퇴장한다.

한편 이동안류 태평무는 중요무형문화재로는 지정되지 못하였지만 강선영류와 쌍벽을 이루는 태평무이다. 이동안은 광무대를 거쳐서 광복 뒤에는 대한국악무용전문학원에서 많은 제자들에게 태평무를 가르쳤고 부산의 민속예술관에서 개인 지도를 하는 등 여기저기를 전전하였다. 이른바 화성 재인청에서 파생된 태평무는 이동안에 의해 수 많은 국악인과 무용가들에게 전수된 것이다.

춤옷은 바지저고리에 버선을 신고 행전에 대님을 매며 그 위에다 파란색의 관복을 착용한다. 머리에는 관모를 쓰고 목화(신)를 신으며 팔에는 한삼을 끼고 그것을 휘돌리면서 춤을 춘다.

반주는 해금, 대금, 피리, 장구, 징, 꽹과리, 북 등 삼현육각으로 편성되어 있고 가락은 낙궁에서 시작하여 부정놀이채, 반서림, 엇중모리, 올림채, 돌림채, 터벌림채, 넘김채, 자진굿거리 등이다.

위 두사람의 춤을 비교해 볼 때 강선영의 춤은 디딤새와 함께 팔사위가 화려한 반면 이동안의 춤은 서민적인 소박함과 귀족적인 정서가 혼합된 형태로서 흥과 멋, 장중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겠다.

강선영의 춤에는 엄숙함과 장중함이 배어 있고, 빠른 장단에도 불구하고 율동이 크고 팔사위가 우아하여 춤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 또 여성적이면서도 시원한 상체 동작과 절도 있는 하체 동작의 조화가 특색이다. 그녀의 춤사위를 살펴보면, 비교적 팔 동작이 많으며 다른 유파와는 달리 한삼을 끼고 뿌리는 사위와 맨손으로 춤추는 사위의 구분이 명확함을 볼 수 있따. 특히 온몸 동작 가운데 학사위, 몸통 비트는 사위, 앉는사위 등은 그녀만의 특징적 사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안류의 특징적 사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안류의 태평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삼을 끼고 추는 한삼춤으로, 손목의 힘을 빌려 한삼을 날리는 특징을 지니며, 한삼의 매끄럽고 섬세한 곡선과 뛰는 동작 등으로 남성다운 생동감과 흥을 느낄 수 있다.

강선영류의 춤사위가 무대 무용화되어 예술적인 치장을 한 것이라면 이동안의 춤사위는 보다 서민적이고 민속적이며 고형(古形)에 가까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춤사위는 다른 유파와는 달리 팔 동작, 발 동작, 온몸 동작이 고른 분포를 보이며 손 동작과 발 동작이 앞에 서술한 두 종류의 태평무와는 많은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다.

태평무는 1988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었으며 예능보유자에는 강선영, 보유자 후보에는 이현자, 보조자에는 이명자와 양성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