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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32년 만의 상임위전체 독식으로 국정파행 자초하나

與, 32년 만의 상임위전체 독식으로 국정파행 자초하나

Posted June. 30, 2020 07:42   

Updated June. 30, 20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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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임기가 종료되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여야 추천비율 시정을 검토하겠다고 그제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방통위 상임위원 5명은 대통령이 위원장 포함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여당 교섭단체가 1명, 야당 교섭단체가 2명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176석의 거여(巨與)가 출범했는데 야당 몫이 여당 몫보다 많은 현재 구성비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지난 20대 국회와 달리 거여와 미래통합당의 양당 구도가 만들어졌으니 추천비율도 이에 맞춰 재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방통위 관련법 제정 취지를 무시한 일방적 해석이다. 현행법에도 방통위 상임위원 5명 중 대통령과 여당 몫을 합치면 3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한 묶음인 대통령과 여당 몫이 야당 추천 2명보다 많은데도 야당 추천 몫을 줄이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선거 때마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의석수를 잣대로 법에 엄연히 명시된 방통위원 구성비율까지 흔들겠다는 것은 거여의 오만한 힘자랑일 뿐이다.

 방통위와 같은 위원회는 장관 중심의 독임제 행정기관과 달리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위원회 체제로 만든 것은 상명하달식 지시가 아니라 정책과 생각이 다른 여야 추천 위원들의 상호 견제에 기반한 의견의 균형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방통위의 주무인 방송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가 절실하다. 이러니 거여의 폭주가 방송 장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여당은 방통위 이외 다른 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위원 가운데 야당 몫이 여당 몫보다 많을 경우 손을 보겠다는 취지다. 이런 식이면 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 국가인권위원 등 국회가 선출하거나 임명하는 137명도 조정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 사실상 각종 위원회를 향해 정부·여당 정책에 이견을 달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여당이 정부 위원회까지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독재적 발상은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