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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위한 ‘제복’들의 희생… 사회가 남겨진 이들 보듬어야

공동체 위한 ‘제복’들의 희생… 사회가 남겨진 이들 보듬어야

Posted August. 12, 2022 07:47   

Updated August. 12, 20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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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복’의 의로운 죽음은 공식적으로 기억된다. 2016년 9월 강릉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이영욱 소방경과 이호현 소방교, 2016년 태백 강풍 피해를 수습하다 숨진 허승민 소방관 등 148명의 소방대원이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 안장됐다.

 그러나 이들이 남기고 간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 이는 드물다. 명예로운 죽음을 자랑스러워하기보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오래도록 슬퍼하는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를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기획 ‘산화,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담았다. 석란정 화재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새벽마다 화재 현장의 추모비를 쓸고 닦는다. 같은 화재 현장에서 30년을 함께 산 남편을 보낸 아내는 매일 아침 남편의 구두를 닦고 밤에는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쓴다. ‘당신 없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싫어요….’

 오랜 슬픔은 병이 된다. 휴대전화 번호와 차량번호에 ‘119’를 넣을 정도로 소방관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남편이 강풍 피해 현장에서 비보를 전해온 후 아내는 생후 100일 된 딸만 생각하고 울지 않기로 했다. 웃을 수도 없었다. “남편 보낸 지 얼마 됐다고” 하는 수군거림이 무서웠다. 힘들 땐 시어머니와 막걸리를 마셨다. 젊은 시절 남편을 여의고 호떡을 팔아 아들을 키운 시어머니 말고는 이 고통을 나눌 이가 없었다. 무너지지 않겠다던 그는 결국 공황장애를 얻었다.

 남겨진 사람들이 기댈 곳은 많지 않다. 소방청 직원 6만5000명 중 유족 지원 인력은 2명뿐이다. 매년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이 열리는데 의례적인 식순에 서로 어색한 시간을 보내다 끝난다. 매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내셔널 폴리스 위크’는 다르다. 순직 경찰을 기리는 자전거 투어와 유가족 심리상담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이라이트는 촛불추모제다. 순직자와 친했던 경관이 유가족을 1대1로 안내하고, 경찰 바이크 수 십대가 유족 버스를 호위하며 거리의 시민들은 손을 흔든다. 추모제에선 지난 1년간 순직자들의 이름을 한 시간 넘게 호명하는데 유족이 아닌 사람들까지 ‘평생 잊을 수 없는 위로와 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유가족 지원에 뜻있는 공무원과 유족들이 자조 모임을 만들어 서로 다독여주고 새로운 순직자의 가족들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제복에 빚진 사회가 그 유족들이 스스로 슬픔을 이겨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제복을 예우하는 만큼 남겨진 사람들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보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