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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15년만의 폭우, 취약계층에 더 가혹한 재난 안 되게

수도권 115년만의 폭우, 취약계층에 더 가혹한 재난 안 되게

Posted August. 10, 2022 07:51   

Updated August. 10, 202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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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그제와 어제 연평균 강수량의 30%를 웃도는 451.0mm(오후 2시 기준)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그제 일일 강수량은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최고치였다. 시간당 최대 141.5mm에 이르는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서울 도림천 중랑천 등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발생했다. 서울·경기·인천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지하철 일부 구간은 운행이 중단됐다. 도심이 마비됨에 따라 시민들은 출퇴근길 교통대란을 겪어야 했다.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틀간 8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2010년 광화문광장 침수,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겪은 서울시는 2023년까지 34개의 상습침수지역에 1조5300억여 원을 투입해 방재시설을 정비해왔다. 하수도, 펌프관 등의 기준을 시간당 강우량 95mm 이상 강도를 견딜 수 있도록 대폭 올린 것이다. 이번에 피해가 컸던 서울 강남역 일대는 이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재시설을 완비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처럼 처리할 수 있는 용량 이상의 폭우가 내릴 경우에는 대응이 어려워진다. 올해 2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대기 온도 와 해수면 상승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예측이 어려운 이상기후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그 효과와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방재시설을 무작정 확충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번 폭우에서 보듯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가 집중되기 쉬운 취약계층부터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제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이 물이 차 40대 여성과 그의 발달장애 여동생, 조카가 사망했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다가 장애로 인해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 화성에서는 산사태로 기숙사용 컨테이너가 무너져 40대 중국인 근로자가 숨졌다. 대피조차 어려운 취약계층에 날씨를 정확히 알리고 미리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돕는 시스템부터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

 올해 유렵은 폭염, 미국은 폭우에 시달리는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된다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기후 대응한 방재시설 개선, 취약계층 보호와 함께 근본적으로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