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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경기장 ‘100년 코트’에 페더러 등장하자 관중 기립

윔블던 경기장 ‘100년 코트’에 페더러 등장하자 관중 기립

Posted July. 05, 2022 08:15   

Updated July. 05, 202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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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 있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은퇴 전에 윔블던에서 한 번 더 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2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있는 3일 올잉글랜드테니스클럽에서는 센터코트 개장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프로 선수가 4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처음 이 대회 남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로드 레이버(84·호주)를 시작으로 역대 윔블던 단식 챔피언 26명이 한 명씩 소개됐다. 소개 순서는 윔블던 우승횟수 순이었다. 5회 우승자 비너스 윌리엄스(42·미국)에 이어 6회 우승자인 빌리 진 킹(79·미국)과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까지 입장을 마치자 사회를 맡은 수 바커(66·영국)는 “더 없나요? 8회 우승자가 있죠?”라고 물었다. 관중석이 술렁이는 사이 함께 사회를 맡은 존 매킨로(53·미국)가 “로저 페더러”라고 외치자 센터코트 정문이 열리며 페더러가 환한 미소로 등장했다.

 센터 코트를 가득 채운 1만5000명의 관중은 기립박수로 전설을 맞이했다. 페더러 바로 앞에 소개됐던 조코비치 역시 미소를 머금고 페더러를 향해 박수를 쳤다. 페더러가 자신의 옆에 서자 조코비치는 반가운 듯 귓속말을 건네기도 했다.

 페더러는 지난해 이 대회 8강전을 끝으로 연달아 무릎 수술을 받았다. 이미 마흔을 넘긴 터라 페더러가 이대로 은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페더러는 “이 코트에서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승리와 가장 큰 패배,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다 이곳에 있었다. 이곳에 돌아와 한 번 더 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코트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2001년 대회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피트 샘프러스(52·미국)를 16강에서 꺾었던 것과 2003년 첫 우승을 꼽았다. 페더러는 “이곳이 그리웠다. 지난해 (윔블던을) 떠나면서 앞으로 ‘올해는 어렵겠구나’ 싶었지만 복귀에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도 했다. 페더러가 윔블던에 나서지 못한 건 1999년 첫 참가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대회 전통에 따라 늘 흰 운동복을 입고 센터코트에 들어섰던 페더러는 이날은 짙은색 정장을 입고 코트에 나왔다. 하지만 신발만큼은 흰 테니스화였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