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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정부, 사도 광산 세계유산 추천 방침 굳혀”

“日정부, 사도 광산 세계유산 추천 방침 굳혀”

Posted January. 29, 2022 07:15   

Updated January. 29, 20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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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를 강제동원한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애초 한국의 반발로 등재 실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자민당 내 보수파가 강하게 반발하자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한일 관계가 더욱 냉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NHK는 이날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해 온 일본 정부가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에 추천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이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에 추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며 “2월 1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양해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추천해야 하는 마감일이 2월 1일이어서 각의 승인 후 곧바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청하면 최종 결과는 내년 여름에 나온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애초 신중론이 우세했다. 기시다 총리는 “(세계문화유산) 등록 실현에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종합 검토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밝히며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면 신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을 등재할 때 가맹국의 반대가 있으면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그 제도를 일본이 주도했다. 사도 광산도 한국이 반대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힘들 수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한 배경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사도 광산이 있는) 니가타현과 자민당 내 목소리를 중시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민당 강경파들은 ‘역사 전쟁’ ‘국가 명예’ 등을 언급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도 광산 추천을) 내년으로 미루면 등록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한국이) ‘역사 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면 안 된다”는 글을 남겼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일본의 극우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의 명예와 관련돼 있다. 반드시 올해 추천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니가타현은 “등재에 실패해도 좋으니 올해 추천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이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측은 신청 범위를 에도 시대(1603∼1867년) 역사까지로 한정했기 때문에 강제노역과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