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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일본인 금메달리스트’ 전시한 日박물관

‘손기정=일본인 금메달리스트’ 전시한 日박물관

Posted June. 18, 2021 07:17   

Updated June. 18, 202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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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올림픽 개·폐회식 등 주요 이벤트가 열리는 주경기장 인근에 있는 일본 올림픽 박물관의 전시물이 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 선생(1912∼2002)을 일본인으로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도쿄에 유학 중인 한국 학생들의 제보로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교양학부)에 따르면 박물관 측은 ‘역대 일본인 금메달리스트’ 전시 코너에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생의 사진을 최상단에 배치했다. 손 선생이 월계관을 쓰고 시상대에 있는 사진에는 일본어로 ‘손기정, 1936년 베를린 대회 육상 경기 남자 마라톤’이라는 설명만 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운영하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휴관을 하다가 6월 1일부터 다시 관람객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서 교수는 17일 일본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JOC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관람객들이 이 공간에서 손기정 옹과 마주하게 되면 현재로서는 일본인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일본 선수단으로 출전한 건 역사적 사실이지만 손기정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제대로 알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에는 손 선생에 대해 ‘한국의 손기정(Sohn Kee-chung of Korea)’이며 “당시 한국은 일제강점기 시기를 겪었다”는 역사적 설명을 하고 있다. 서 교수는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표기된 것을 발견한 뒤 IOC 및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 항의 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인 손기정기념재단 이준승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일본인들이 손기정 선생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했지만 기조가 변한 것 같다. 1년 전에도 있었던 사례”라며 “올림픽의 꽃이 마라톤이지 않나. 일본 올림픽 역사에서 손 선생의 비중을 빼놓지 못하는 건 이해가 가나 한국인으로 알리지도 않고 슬픈 우승자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것을 설명하지도 않았다는 건 한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