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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영웅

Posted May. 11, 2021 07:23   

Updated May. 11, 202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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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뒤를 캐 보면 기나긴 역사의 뿌리가 있다. 어떤 것은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 걸 보면 어이없기도 하고 가끔 무섭기도 하다.

 이집트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수단을 만난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이곳을 누비아라고 불렀다. 이집트 유물에 누비아인들이 곧잘 등장한다. 파라오가 누비아인을 정복하는 벽화도 있고, 목에 밧줄을 걸고 포로가 되거나, 공물을 운송하는 누비아인도 있다. 누비아인 파라오 상도 있다. 누비아인은 거친 전투 민족이었다. 이집트는 누비아인을 용병으로 고용했는데, 한때 이집트를 정복한 적도 있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누비아는 이집트와 티격태격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대개는 이집트가 누비아를 속국처럼 지배하는 형태였다.

 4000년이 지난 1948년 1차 중동전, 이집트군은 이스라엘로부터 수치스러운 패전을 겪는다. 이집트군이 멋지게 승리한 전투도 있었다. 아슈켈론 동쪽 알 팔루자라는 작은 마을에서 이집트군 3개 대대가 이스라엘군에게 포위됐다. 완전 포위된 상태에서 종전 때까지 이집트군은 버텨낸다. 이 전투에서 제일 잘 싸운 부대는 수단 대대였다. 최고 영웅은 검은 이리라고 불린 수단인 사이드 타하 대령이었다. 하지만 종전 후 영웅이 된 사람은 이집트인 가말 압델 나세르 소령이었다. 나세르는 이때의 인기로 이집트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1953년 쿠데타 성공 후 종신 대통령이 된다.

 나세르는 유능한 장교였고, 팔루자 전투에서 훌륭하게 싸웠다. 그러나 타하 대령은 더 큰 공을 세우고도 그만한 영웅이 되지 못했다. 나세르는 인기를 더하기 위해 팔루자 전투 경험담을 상세하게 저술했는데, 타하 대령의 활약은 거의 서술하지 않았다. 타하는 유능한 군인이었고, 이집트인이 기대하는 영웅은 국가를 수렁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군사적 영웅은 전장에서 탄생하지만, 국가의 영웅은 국민이 선택한다. 가끔 그 기준이 감정과 환상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