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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미나리 나오려면 美에 亞제작진 많아져야”

“제2 미나리 나오려면 美에 亞제작진 많아져야”

Posted May. 06, 2021 07:16   

Updated May. 06, 20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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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시아계 작품들은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왜 그럴까.

 영화 속 인종 등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애넌버그 포용정책연구소 설립자이자 이 대학 애넌버그 언론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스테이시 L 스미스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영화의 다양성을 논할 때 미국 내 아시아인의 비율보다 미국 영화에서 아시아 배우의 비율이 낮다는 ‘과소 대표성’ 문제 외에도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 등 살펴야 할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영화의 배우 및 제작진을 구성할 때 유색인종을 일정 비율 포함하도록 하는 ‘포용 특약’의 개념을 2016년 처음 제시한 스미스 교수는 올해 1월 넷플릭스 작품의 다양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계 배우의 비중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이젠 이를 넘어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미스 교수는 “고정관념을 갖고 아시아 캐릭터를 잘못 묘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했다.

 미나리에서 윤여정이 연기한 할머니 ‘순자’는 자녀를 위해 희생만 하는 전형적인 아시아 여성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이 성공 요소였다. 돈밖에 모르는 부자(‘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나 공부벌레(‘시리어스맨’)처럼 오리엔탈리즘이 묻어난 영화와는 다른 점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미나리의 경쟁작인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할머니는 자녀를 아끼는 여성을 평면적으로 그린 캐릭터다. 이에 비해 순자는 미국인이 상상하는 아시아 여성의 모습과 다르게 톡톡 튀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올해 골든글로브는 미나리를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019년 중국계 미국인인 룰루 왕 감독이 중국계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페어웰’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지명해 비판을 받았다.

 아카데미의 행보는 달랐다. 작품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은 중국 국적 여성이다. 미나리 역시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미국 사회가 아시아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스미스 교수는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반영하고, 잘못된 점을 되돌아보게 한다”며 “영화에 여러 인종의 목소리를 포함시키면 관객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나아가 더욱 개선된 세상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제2의 미나리’가 나올 수 있을까. 스미스 교수는 “카메라 너머의 아시아인 감독이나 작가, 프로듀서가 충분하지 않다”며 “창조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아시아인이 영화 산업에서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흑인과 남미 출신 제작자들이 할리우드 작품을 만들면서 편견을 극복해나간 것처럼 영화 제작진의 구성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차기작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을 선택한 건 아시아계의 정체성이 담긴 행보”라며 “미국 제작 시스템 내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영화인이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