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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백신 여유 없다” 희박해진 ‘한미 스와프’

바이든 “백신 여유 없다” 희박해진 ‘한미 스와프’

Posted April. 23, 2021 07:30   

Updated April. 23, 20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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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국이 보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에 보낼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미국 내 접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부족을 겪고 있는 한국 정부가 미국에 ‘백신 스와프’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성과를 설명하는 백악관 연설에서 해외 백신 공유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가 중앙아메리카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을 도울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지금은 백신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백신을 보내도 안전한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21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제안한 백신 스와프를 미국 정부가 신중하게 고려 중인지 묻는 질문에 “이 사안에 관해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비공개 외교적 대화를 언급하진 않겠다”면서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 국내에서의 백신 접종 노력이다. 우리는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미국인에 대해 그렇게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답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백신 스와프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배경에는 백신 수급 문제 외에 외교안보적 상황에 대한 판단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축한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 대한 압박 혹은 ‘길들이기’ 성격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을 가진 다음 날(17일) 알베르트 부를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백신 5000만 회분 추가 공급 약속을 받아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심각한 미국 국내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22일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백신 스와프 외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백신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수급에 변수가 많은 만큼 동원 가능한 모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웃돈을 주고서라도 도입 시기를 앞당기거나, 이미 백신을 다량 확보했고 접종률도 높은 이스라엘 등에서 여유분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