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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결실 거둔 ‘굉음의 집념’

Posted March. 03, 2021 07:26   

Updated March. 03, 202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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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틀랜드 출신 밴드 ‘모과이’가 데뷔한 지 무려 25년 만에 처음으로 UK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다. 새 앨범이자 정규 10집인 ‘As the Love Continues’가 그 주인공. 판매량에 집착하는 팀은 아니지만 멤버와 팬들의 축하 글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마치 스코틀랜드의 2부 리그 팀이 창단 이래 처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 같은 분위기다.

 하긴 차트 신경 쓸 거였으면 애초에 이런 음악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모과이의 음악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찾는 일은 우물가에서 복숭아 향 탄산수를 주문하는 것과 같다. 10∼20분을 우습게 넘기는 긴 연주곡이 전매특허다.

 이들이 쓰는 청각적 각본은 대개 기승전결 대신 ‘조용히-시끄럽게-더 시끄럽게’의 공식을 따른다. 예쁘장한 기타 분산화음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증폭된 사운드가 노도처럼 몰아치더니, ‘이게 최대’라고 믿는 순간 끝내 한 단계 더 볼륨을 높여 종말로 치닫는다.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의 내한공연에서 그들은 비행기 이륙 음량(130데시벨)을 뛰어넘는 굉음의 신천지를 들려줬다. 모과이의 음악은 그러나 처절한 만큼 아름답다.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을 다룬 다큐멘터리 ‘지단, 21세기의 초상’(2006년)의 사운드트랙을 맡았을 정도로 드라마틱하다. 두세 대의 전기기타가 첩첩이 겹쳐 뿜는 두터운 노이즈가 SF 액션영화의 총체적 파괴 피날레처럼 통쾌하다.

 모과이는 괴이한 노래 제목들로도 이름났다. 팬들이 ‘연습실에 랜덤 제목 생성기라도 숨겨둔 게 아니냐’고 할 지경.

  ‘묶인 청소년들에게서 온 쾌활한 파도’ ‘태양에서 너무 시끄러운 냄새가 나’ ‘당신은 라이오넬 리치요’ 등의 노래 제목은 마치 현대미술관에 걸어둔 추상화가의 고약한 유머 같다.

 첫 앨범의 첫 곡 제목 ‘Yes! I Am a Long Way from Home’은 신작 마지막 곡 제목 ‘It's What I Want to Do, Mum’과 묘하게 대구를 이룬다. 그러고 보면 이들은 1314만 분(25년)짜리 연주곡을 멈추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이거예요, 엄마.’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