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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명분 없는 추경시한 집착 말고, 野는 등원해 송곳 심사하라

與, 명분 없는 추경시한 집착 말고, 野는 등원해 송곳 심사하라

Posted July. 02, 2020 07:31   

Updated July. 02, 20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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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35조원 규모의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부실 및 졸속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결위로 넘어가기 전에 소관부처 관련 사업을 들여다보는 상임위 예비심사 절차는 사실상 도장만 찍어주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운영위는 그제 개의한 지 50분 만에 추경 심사를 끝냈다.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지 나흘 안에 무조건 끝내겠다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여당이 추경안은 사전에 당정 협의를 거쳤으므로 졸속심사 우려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원 팀’으로 움직이는 정부와 여당이 하는 당정 협의는 야당이 참여해 여야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국회 예산심사를 대체할 수 없다. 여당의 폭주는 예산 절약과 효율적 집행이라는 예산심사의 기본 정신을 외면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죽하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당과 손을 잡고 ‘4+1 협의체’를 만들었던 정의당 소속 의원이 “심의가 아니라 통과 목적의 상임위 개최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했겠는가.

 여당이 추경 처리시한으로 못 박은 6월 임시국회 종료일은 국익이 걸린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여당은 11일까지 처리시한을 늦춰주면 심사에 참여하겠다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파행 심사를 중단해야 한다.

 야당도 장외 투쟁 대신 원내 대응에 집중하겠다고 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예산심사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회의장을 상대로 야당 의원들의 상임위 강제 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야당 자체의 상임위원 명단을 속히 제출해 상임위를 재조정하는 사·보임 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이후 상임위가 배정되면 정부 예산안의 문제점을 따지고,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할 것이다.

 여당은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즉시 7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겠다고 했다. 3차 추경을 밀어붙이듯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에 필요한 입법 조치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을 날짜에 맞춰 강행하겠다는 발상은 격렬한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더구나 여당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 2명을 줄일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데 이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야당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을 준비해야 한다. 추경도, 공수처도 수(數)의 정치로 밀어붙일 사안이 결코 아니다.


정연욱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