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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몰려오는 코로나 격랑, 질병관리청 승격이 자리 늘리기 그쳐선 안돼

계속 몰려오는 코로나 격랑, 질병관리청 승격이 자리 늘리기 그쳐선 안돼

Posted June. 04, 2020 07:42   

Updated June. 04, 20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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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시켜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어제 입법예고했다. 청 산하에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고, 보건복지부 차관을 2명으로 늘려 보건 분야를 따로 맡긴다.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면 ‘정책’ 마련과 ‘집행’ 기능을 모두 수행하게 돼 사태를 수습하기에 바빴던 지금과는 달리 보건의료 위기에 대비한 장기적인 대응 체계 마련이 가능해진다. 청 승격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논의된 적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의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제기되면서 다시 질본의 권한 강화 여론이 조성됐다. 감염병의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그 피해가 커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 독자적인 예산 및 인사권을 쥐고 보건의료 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건정책을 담당하는 독립된 청이 있는데 복지부에 보건 담당 차관 자리를 신설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 승격으로 늘어난 자리가 복지부의 ‘밀어내기 인사’용으로 악용되지 않으려면 청의 실질적인 인사권을 보장해야 한다. 신설되는 청 산하의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와 지방자치단체 보건소간 소속 기관이 달라 발생하는 혼선과 비효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조용한 전파’로 불안감이 고조된 이때에 조직 개편을 서둘러야 하는지 의문이다. 초중고교 3차 등교가 이뤄진 어제 49명의 신규 환자가 쏟아져 문재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한 숨 돌리나 했더니 아니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올 가을 2차 유행에 대비해 위험시설을 관리하고 병상 확보를 포함한 의료체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사태 초기 정부의 뒷북 대응으로 키운 감염 확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데는 ‘의병(醫兵)’이라 불린 민간 의료기관의 공이 컸다. 이들은 최대 고비였던 대구 신천지 사태 때 경영난을 무릅쓰고 자원해 확산의 큰 불을 끄고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아냈다. 하지만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활약한 민간병원들은 일반 진료를 하지 못해 막대한 손실에 허덕이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사기 진작책도 없이 ‘K방역’이라 자화자찬하며 공무원 승진 잔치만 벌인다면 또 다른 위기가 닥칠 때 의병들이 자원해 달려오겠는가. ‘관군(官軍)’ 자리 늘리기만으로 제2코로나와 싸워 이겨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