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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협력 손짓에 “核무기 장전 가동”으로 뒤통수 친 김정은

南협력 손짓에 “核무기 장전 가동”으로 뒤통수 친 김정은

Posted May. 25, 2020 07:43   

Updated May. 25, 20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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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 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통신은 또 “인민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밝힌 ‘새로운 방침들’의 구체적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북한은 이를 통해 대외적 위협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간 북한이 ‘고도의 격동상태’를 언급한 대상은 ‘인민군대’나 ‘혁명무력’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전략무력’, 즉 핵·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라고 콕 집어 말했다.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고한 ‘핵 억제력의 경상적 동원태세’에서 한 발 더 나가 핵미사일을 언제든 곧바로 쏠 수 있도록 조준·장전 상태로 가동하도록 새로운 지침을 마련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북한은 핵미사일로 미국을 겨냥하는 한편 ‘포병의 타격능력을 높이는 중대조치’를 통해 한국도 함께 조준했다. 대외 협박 의도는 핵·미사일 개발의 핵심 인사인 리병철과 포병 사령관 출신 박정천을 나란히 승진시킨 군 인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핵탄두를 장착한 중·장거리 미사일과 함께 초대형방사포 같은 단거리 전술무기까지 과시하면서 전방위 대미, 대남 도발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최근 미중 간 갈등은 전례 없는 수위로 치닫고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다가올수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은 더욱 중국을 향해 날을 세울 것이고 군사적 충돌 위기로까지 빠져들 수 있다. 그런 대결과 분열의 시기를 북한은 늘 존재감을 과시하는 기회로 여겨왔다. 대외 협박과 도발로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파국 직전에 극적인 협상에 들어가는 식의 오래된 레코드판을 다시 돌릴 가능성이 높다.

 어제는 북한의 천암함 폭침에 대응한 5·24 대북조치 시행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정부는 5·24조치가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다며 적극적인 남북교류·협력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북한은 그런 대북 손짓에 호응하기는커녕 더 큰 대외 협박으로 응수했다. 지금 김정은에겐 언제 어떻게든 도발 기회를 노리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런 북한에 정부는 경고 한마디 없이 유화 메시지만 보내고 있다. 이런 태도가 김정은의 오산과 착각만 키우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