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파병 장병에 백신도 안 보낸 무심한 나라

파병 장병에 백신도 안 보낸 무심한 나라

Posted July. 17, 2021 07:54   

Updated July. 17, 2021 07:54

中文

 군 당국이 어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 300여 명을 전원 귀국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군은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2대를 급파할 방침이다. 수송기에는 의료진과 문무대왕함 귀환을 담당할 대체인력이 탑승한다. 문무대왕함을 국내로 귀환시키는 데는 한 달가량 걸리는 만큼 그 사이 감염 확산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전원을 복귀시키기로 한 것이다.

 해외에서 작전하던 장병들의 전원 귀국 사태까지 낳은 이번 청해부대 집단 감염은 무엇보다 안이한 방역의식과 주먹구구식 대응 탓이 크다. 멀리 바다 위 함정에서 발생한 탓에 신속한 대처와 현지 협조가 어려운 상황이었겠지만, 최초 의심 증상자 발생 때부터 제대로 된 검사를 통한 코로나19 확진까지 열흘 넘게 걸렸다. 허술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대응과정에서 지휘·보고 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군함은 좁고 밀폐된 격실에서 다수가 생활하고 환기시설도 연결돼 있어 코로나19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에서 1000여 명이 감염되는 사태가 있었고, 우리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확진자 30여 명이 나온 것이 석 달 전이다. 근해도 아닌 머나먼 해역에서 작전하는 청해부대는 더욱 높은 경계심과 면밀한 예방대책으로 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란 근본 대책을 소홀히 한 군 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문무대왕함은 국내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2월 초 출항해 한 명도 백신을 맞지 못했다. 레바논 동명부대나 남수단 한빛부대 장병들은 출국 전에 접종했거나 유엔이나 주둔국 협조를 받아 현지에서 접종했다. 군은 원해(遠海)에서 작전하는 청해부대의 경우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응급대처와 냉장 보관기준 충족이 어려워 현지접종은 곤란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내 일반 장병들도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친 터에 파병 장병들에 대해선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파병 장병들은 세계 각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평화유지나 재건사업, 의료지원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한결같이 위험하고 열악한 지역에 파견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런 장병들의 감염병 안전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의 무심함과 무책임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