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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커 변신 백예린 “늦게 온 사춘기처럼, 록의 세계에 빠져들어”

록커 변신 백예린 “늦게 온 사춘기처럼, 록의 세계에 빠져들어”

Posted May. 26, 2021 07:26   

Updated May. 26, 202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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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B 팝스타가 거친 록 밴드 보컬로 다시 데뷔하는 일. 동서고금을 뒤져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Square’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의 싱어송라이터 백예린(24)이 록으로 중무장해 돌아왔다. 밴드 ‘The Volunteers’(한국어명 ‘더 발룬티어스’)의 보컬로서다. 이들의 1집 ‘The Volunteers’(27일 발매)는 질풍노도의 첫 곡 ‘Violet’부터 팬들에게 익숙한 백예린의 80%를 찢고 시작한다.

 배반이란 때로 사람을 미치게 한다. 윤기 있는 중저음, 세련된 비브라토로 뻗는 고음…. 백예린 특유의 보컬은 갈아대는 록 기타, 난타하는 드럼과 덜컹대며 짜릿하게 들어맞는다.

 “많은 분들이 저 하면 떠올리는 원피스 입은 하늘하늘 예린, 서울재즈페스티벌 예린, 이런 것들을 많이 깨고 싶었나 봐요. 그거 나 아닌데….”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백예린은 “밴드 결성 무렵(2017년) 사회를 향한 분노도 있었고, 늦게 온 사춘기처럼 머릿속에 이상한 게 많았나 보다”고 말했다. 밴드의 합주실엔 드럼세트, 기타앰프, 케이블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밴드명은 백예린 안에 움튼 록의 세계를 활짝 펼치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준 멤버들에 대한 헌사다. 그는 솔로가수 데뷔 후 인디 밴드 ‘바이바이 배드맨’의 음악에 빠져 공연을 보러 다니다가 멤버 조니(기타), 고형석(베이스기타)과 친해졌다. 함께 영국 밴드 오아시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슈퍼소닉’을 보며 록의 분방한 사운드와 세계관에 눈떴다. 김치헌(드럼)까지 합류하며 합주가 시작됐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이나 그런지를 연상시키는 지글대는 기타 사운드는 조니의 몫. 밴드 리더인 조니는 “내가 소닉 유스나 너바나를 상상하며 만든 기타 리프에 예린이 신선한 멜로디를 얹으면 아예 다른 음악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3번 곡 ‘Let it go!’는 4비트로 후려치는 호쾌한 드럼, ‘Let it go!’(놔버려)의 절규가 어우러져 UK 록 차트 1위 곡을 듣는 듯 중독적이다. 4번 곡 ‘Time to fight back in my way’에 대해 백예린은 “멤버들과 합주실에 가는 차 안에서 (미국 밴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랩 메탈 곡) ‘Take the Power Back’을 듣고 썼다”고 했다. 9번 곡 제목 ‘S.A.D’는 사회불안장애의 영어 약자.

 “팬데믹으로 힘들어하는 록 아티스트들이 더 자유롭게 많은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희도 홍대 앞에서 그들과 한 무대에 설 준비가 돼 있습니다!”(백예린)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