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반기문 “포퓰리스트 트럼프, 김정은 힘만 키워줬다”

반기문 “포퓰리스트 트럼프, 김정은 힘만 키워줬다”

Posted March. 06, 2021 07:12   

Updated March. 06, 2021 07:12

中文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7)이 6월 발간할 회고록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힘만 키워줬다고 지적했다.

 4일(현지 시간) 유엔의 온라인 매체 패스블루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출간 예정인 자신의 회고록 ‘단호한: 분열된 세계에서 국가들의 단합’ 서문을 통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반 전 총장은 “포퓰리스트 불량배(populist bullies)들은 아마 가장 비효율적인 외교관”이라며 “자기중심적인 리더들은 자신의 전략을 노출하고 성과를 자랑하는데, 이는 국제외교 관례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계속 국민들에게 약속했는데 이는 협상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줌으로써 김정은의 힘만 키우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트럼프가 북핵 협상의 목표를 ‘한반도 비핵화’에서 ‘미국 본토 방어’로 바꾼 것도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 미사일이 북미 대륙에 미치는 영향만 생각하고 아시아에 대한 영향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어서 아시아는 우려했다”며 “동맹국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태도”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트럼프 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대이란 정책에도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그는 “국가 간 분열, 일부 지도자에게서 나오는 증오의 수사, 다자주의에 대한 위협이 어느 때보다 우려스럽다”며 파리기후협약,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 보이콧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일부 국가’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일방주의적인 외교 노선으로 각종 국제기구나 협약에서 탈퇴했던 트럼프 전 행정부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패스블루는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뒤인 2017년 니키 헤일리 당시 주유엔 미국 대사를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헤일리 대사에게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이 재앙적인 실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듬해인 2018년 핵합의를 탈퇴했고 이후 이란도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이는 등 핵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패스블루는 “반 전 총장은 퇴임 후 지금까지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는 데 신중했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