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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로 대학 간 바이든 “ML 개막전 시구 OK”

미식축구로 대학 간 바이든 “ML 개막전 시구 OK”

Posted January. 22, 2021 07:23   

Updated January. 22, 202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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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시(dash). 한국 고교 과정에 해당하는 ‘아치미어 아카데미’ 재학 시절 친구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다. 이 별명에는 두 가지 뜻이 있었다. 첫 번째는 모스 부호에서 쓰는 선(─) 기호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7년 펴낸 자서전 ‘아빠, 약속해줘요(Promise Me, Dad)’에서 “당시 나는 말을 너무 심하게 더듬어서 꼭 ‘··· ─ ─ ─’이라고 모스 부호로 말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두 번째는 ‘질주한다’는 뜻이었다. 미식축구부에서 러닝백(직접 공을 들고 뛰는 포지션)으로 활약한 바이든 대통령은 3학년 때 터치다운 10개를 기록하면서 모교에 8전 전승 기록을 선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책에 “스포츠는 내게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말하기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면서 “내가 아무리 말을 심하게 더듬어도 ‘지금 나한테 패스해’라는 말을 못 알아듣는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고 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미식축구 명문 델라웨어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됐다. 그러나 전체 688명 중 506등에 그친 학업 성적 때문에 결국 선수 생활을 포기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대에 진학한 뒤 첫 번째 연습에서 팀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건 그저 운동 능력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팀은 모든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신사로 행동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스포츠는 바이든 대통령을 신사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희망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해줬다. 1972년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고 절망에 잠겨 있을 때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피츠버그에서 보낸 사인볼을 보면서 활짝 웃는 두 아들을 보고 ‘나도 이제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스포츠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진보의 상징이기도 했다.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남자 팀과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미국축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법원에서 이 소송을 기각한 뒤에도 축구협회에 ‘당장 똑같은 임금을 줘라. 아니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팀 워싱턴은 전통에 따라 올해 개막전 시구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OK 사인을 보낸 상태. 반면 스포츠 팬이라기보다 골프광에 가까웠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임기 중에 한 번도 시구를 하지 않았으며, 인종차별 논란으로 스포츠 스타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미국 스포츠계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