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17대 연방하원 개원식 및 취임식. 정장 일색인 의원들 사이에서 붉은색 저고리와 남색 치마 한복을 입은 여성 의원이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서부 워싱턴주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한국계 메릴린 ‘순자’ 스트릭랜드 의원(59·민주)이다. 꽃을 수놓은 저고리 소매와 깃, 저고리색에 맞춘 붉은색 마스크까지 쓰고 맨 앞줄에서 취임 선서를 한 그는 이날 참석자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미 중앙정계에 입성한 의원 중 한복을 입고 선서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자신의 한복 선서식 사진을 올리며 “한국계이자 아프리카계 여성으로서 한복을 입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이라며 “나의 유산을 상징하는 동시에 어머니에 대한 존경”이라고 강조했다. 또 의회에서도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한복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복이라는 단어에 해시태그를 달았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지난해 11월 하원 선거 당시부터 자신이 한국계 미국인임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소셜미디어에 어머니와 찍은 사진을 올리고 언론 인터뷰에서도 늘 “나는 한국인의 뿌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를 감안할 때 하원의원으로 취임한 이날 한복을 선택한 것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 중앙정계에 이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는 “개원 첫날 당당하게 한복을 입고 등원한 스트릭랜드 의원을 보니 코끝이 찡하고 뿌듯하다”며 “한인 2세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취임식 후 한복 차림으로 동료 의원들과 사진 촬영을 즐겼다. 특히 같은 민주당 소속의 한국계 재선 하원의원인 앤디 김 의원(39·뉴저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걸맞은 팔꿈치 인사를 나눴다.
117대 미 의회에 입성한 한국계 의원은 두 사람을 포함해 미셸 박 스틸(66·캘리포니아·공화)과 영 김(59·캘리포니아·공화) 등 모두 4명이다. 4명의 한국계 의원이 미국 내 한인사회의 권익 신장 및 한미관계 증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1962년 서울에서 당시 군 복무 중이던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고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을 거쳐 첫 동양계 겸 아프리카계 타코마 시장을 지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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