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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박혜상 “한국 가곡이 내 자유로운 정신 가장 잘 전달”

소프라노 박혜상 “한국 가곡이 내 자유로운 정신 가장 잘 전달”

Posted November. 13, 2020 07:38   

Updated November. 13, 202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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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에 훔퍼딩크 ‘헨젤과 그레텔’의 그레텔 역으로 주역 데뷔할 예정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되자 ‘그럴 수 있겠군’ 했다. 이어 메트의 모차르트 ‘돈조반니’ 체를리나 역 출연도 취소됐다. “그땐 진심으로 마음 아팠죠.”

 도이체 그라모폰(DG) 데뷔 앨범 녹음도 독일에서 오케스트라 모임이 금지되면서 표류했다. 기적적으로 오스트리아로 옮겨 녹음했다. 팬데믹 와중에 DG가 처음 발매한 앨범이었다. 5월에는 DG의 온라인 콘서트 ‘악흥의 순간’에서 나운영 곡 ‘시편 23편’을 불러 ‘아름다운 한국 노래’를 알렸다. 소프라노 박혜상(32)의 2020년이다.

 데뷔 앨범 ‘I am Hera’ 발매와 20일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을 앞두고 10일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박혜상은 “할 일을 하면서 곁의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페라로 따지면 수브레트(Soubrette) 역할이 좋다”고 말했다. 수브레트란 오페라에서 꾀가 많고 기지가 충만한 여성으로 줄거리 진행을 보조하는 역할을 뜻한다.

 “지난해 영국 글라인드본 오페라 축제에서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여주인공 로지나 역을 맡았어요. 로지나는 부와 명예보다 자기가 진정 원하는 걸 추구하는 여성입니다. 이 공연을 본 DG의 클레멘스 대표께서 ‘지금까지 본 로지나 중 세 손가락 안에 꼽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는 간담회에 들어가며 ‘시편 23편’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 목소리’ 등을 노래했다. 공명점이 높고 가벼운 목소리의 전통적 수브레트보다 한층 ‘보디가 탄탄한’ 음성이었다. ‘세비야…’의 최저음도 악보 그대로 소화했다. ‘시편 23편’의 절정에서 지르는 포르티시모는 귀에 울려오는 압도감이 충분했다. 어떤 노래든 잘 소화해낼 음성이다.

 그는 “내 목소리는 리릭(서정적) 소프라노이지만 나중에는 더 드라마틱(극적)한 역할도 소화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지금 즐거운 마음으로 마음에 드는 역할을 하면 훗날 다른 레퍼토리가 열릴 때 지루하지 않게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명 ‘헤라(Hera)’는 신화에서 가정과 여성을 관장하는 ‘도움 충만한’ 여신이면서 가장 강력한 여신이기도 하다.

 20일 공연에서 그는 앨범에 수록된 퍼셀, 글루크, 로시니 등의 오페라 아리아와 김주원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를 노래한다. 앨범에는 ‘시편 23편’도 수록했다. 그는 “내 자유로운 정신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노래가 한국 가곡이다. 세계에 의욕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3만∼10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