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화려한 북아프리카 이슬람 미술의 유혹

Posted August. 27, 2020 07:51   

Updated August. 27, 2020 07:51

中文

 아랍어와 터번, 낙타, 히잡과 턱수염에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까지…. 이태원에서도 보기 힘들 ‘마그레브(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권) 폭탄’이 서울 종로구 바라캇컨템포러리에 떨어졌다. 낯선 문화 이미지임에도 미술계에서 ‘저세상 힙(hip)’이라며 입소문이 났다. 모로코 출신 작가 하산 하자즈(59·사진)의 개인전 ‘다가올 것들에 대한 취향’ 이야기다.

 눈에 띄는 공간은 전시장 2층에 마련된 ‘부티크’다. 화려하고 직설적인 색채의 이국적 조합은 마그레브로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여기에 익숙한 대중문화를 차용해 거부감을 없앴다. 이를테면 모로코 전통 신발인 바부슈를 루이비통과 나이키 로고를 결합해 만들거나, 바비 인형에 전통 의상을 입혔다. 1960년대 팝아트를 차용한 ‘모로칸 팝아트’인 셈이다.

 여기에 실제 상점처럼 작품을 판매한다. 부티크 내 티셔츠, 신발, 티 박스 등을 작가가 지역 장인들과 협업해 에디션 상품으로 만들었다. 여러 점을 대량 생산하기에 가격도 대부분 100만 원 이하. 가장 저렴한 티 박스는 4만 원이다. 가격표도 비치돼 있다. 갤러리 측은 “바부슈,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에코백, 도록은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려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예술 상품은 미술관 내 상점에서 판매된다. 그런데 하자즈는 작가가 스스로 ‘굿즈’를 만들고 갤러리에서 작품의 일부로 판매하고 있다.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하자즈의 부티크는 모로코에서도 운영 중이다.

 시각적 화려함은 국제 미술계의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전시장과 작품에서 보이는 색상 조합은 마그레브의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풍경을 토양 삼아 태어났다.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화려함이다. 같은 이유에서 아프리카 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미술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10대 시절 영국으로 이주한 작가는 1970년대 후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RAP를 만들고, 힙합 레게 등을 즐기는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영국 내 하위문화를 이끌었다. 1980년 후반부터 자신의 뿌리를 찾아 사진에 담고, 상품과 결합하면서 ‘모로코의 앤디 워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