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떼배와 LNG 운반선

Posted June. 19, 2020 07:33   

Updated June. 19, 2020 07:33

中文

 얼마 전 배와 관련된 두 기사가 눈에 띄었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사상 최대 규모로 수주했다는 기사와 원시적인 어선인 떼배를 국가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하도록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과 2027년까지 23조 원 규모,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슬롯(배를 만드는 공간) 예약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다. LNG 운반선은 한국 조선 3사가 세계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 유조선보다 훨씬 비싼 LNG선의 이번 수주로 조선 강국의 면모를 재차 확인했다.

 또 다른 소식은 떼배를 이용한 돌미역 채취 관행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최첨단의 초대형 유조선(VLCC)과 LNG선을 만드는 조선 강국에서 떼배라니? 떼배는 통나무를 엮어서 만든 뗏목이다. 통나무배에서 발전한 단계인 가공한 판재로 만든 경주 안압지 목선(8세기)보다 형태상으로 원시적이다. 동해 어촌에는 지금도 떼배를 타고 돌미역을 채취하는 곳이 있다. 활성화된 몇 곳을 묶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의 환경 사회 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된 유무형의 어업 자원 중 보전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정한다. 현재 제주 해녀어업(1호), 보성 맨손어업(2호), 남해 죽방렴어업(3호), 신안 천일염업(4호), 완도 지주식 김양식어업(5호), 무안 신안 갯벌낙지맨손어업(6호), 하동 광양 재첩잡이 손틀어업(7호)이 지정돼 있다.

 몇 년 전 동해 어촌을 조사할 때다. 통나무를 엮어 만든 떼배 8척이 마을에 남아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중에서 한 척은 매일 바다에 떠 있었다. 바닷가에 사는 노부부가 떼배를 타고 돌미역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 날 해변에서 떼배를 수리하는 김 씨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노인은 떼배의 장점을 늘어놨다. “바닥이 편평해서 수심이 얕은 곳을 쉽게 오갈 수 있어요. 뾰족하면 물살을 가르고 나아가는 데는 좋지만 갯바위에 부딪히면 침몰합니다. 떼배는 통나무로 만드니까 부딪혀도 괜찮아요. 파도가 쳐도 흔들림이 적어서 일하기도 수월합니다”라고 말했다. 원시적이고 소박하지만 어떤 선박도 대신 할 수 없음을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노인은 말을 이어갔다. 돌미역을 가득 싣고, 안전하게 타고 다니기 위해서는 부력이 좋아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 오동나무를 껍질을 벗기고 2, 3년을 건조시킨다. 떼배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지만 나무가 충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최고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떼배를 만들기 위해 오동나무를 미리 심어둡니다. 그걸 베어서 또 몇 년을 말려야 합니다. 떼배는 시간으로 만드는 배입니다. 우리 집 담장 밑에 오동나무가 마르고 있어요. 이놈이 쓰임을 다하면 새로 만들어야지요”라고 말했다. 노인은 젊은 시절 머구리(재래식 잠수부) 일을 하다가 생긴 잠수병을 앓고 있었다. 필자가 마을을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준비해둔 담장 아래의 오동나무는 쓰임새를 잃었고, 수리한 떼배는 뭍으로 올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