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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불투명성 극치 김정은 잠행…그런 김에 좌우되는 취약한 남북관계

체제 불투명성 극치 김정은 잠행…그런 김에 좌우되는 취약한 남북관계

Posted May. 04, 2020 07:49   

Updated May. 04, 202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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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적 20일 만에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극적인 재등장으로 자신을 둘러싼 유고설 등을 잠재웠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의 20일간 행적이 드러난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의 첩보전과 각종 억측을 부추긴 이번 잠행은 21세기 정상 국가에서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행태다. 이런 북한 체제의 선의에 기대어 비핵화 협상을 하고 관계 진전을 도모해야 하는 남북관계의 취약성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

 김정은의 행적을 공개한지 하루 만인 어제 북한군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금지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처음으로 위반한 도발이다. 김정은이 잠적한 상황에서도 남북 철도 연결 준비에 착수한 우리 정부의 남북협력 재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우발적인 오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군 당국이 북측의 의도를 사전에 예단하는 것은 진상 파악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설령 우발적 오발이라 해도 엄연한 남북군사 합의 위반인 것은 분명하므로 북측의 설명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잇따른 미사일·방사포 발사 도발을 해도 미국 등 국제사회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으나 이번 김정은 잠적을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물론 북한 최고지도자가 장기간 공식 매체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극적으로 등장한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정은이 20일 이상 사라진 건 집권 후 6번째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의 정밀타격 등 신변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적 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잠적해 유고설 등을 불지폈다. 북한은 이번 김정은 잠적을 통해 다시 관심을 촉발시키는 효과를 거뒀지만 체제의 불투명성을 다시 드러냄으로써 정상국가 궤도를 더 이탈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이번 김정은 잠적 논란은 핵무장한 북한의 내부 움직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보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확인시켜줬다. 김정은의 잠행 과정에서 한미 간 정보 교류가 원활했는지도 점검해봐야할 것이다.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한 상황에서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일관한 우리 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것이 괜찮기를 바란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등 한미 양국 지도부의 발언에서 여러 차례 시각차가 노출됐다. 북한 체제에 대한 한미간 정보 공유는 핵을 이고 지내야 하는 우리의 현실에선 한 치의 빈틈도 용납할 수 없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 때까지 북한에 대해선 지금 상황을 유지하는 관리 모드로 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 정보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조 강화가 더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