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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염병도 우린 이겨냈다

Posted March. 14, 2020 07:47   

Updated March. 14, 202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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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유례없는 상황에 당면했다. 하지만 세계 역사를 뒤바꾼 범유행성 질병은 과거에도 있었다. 페스트 콜레라 천연두 매독 등은 최초 발병 이후 교통수단을 통해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 나갔고 백신과 치료약이 나올 때까지 인류를 괴롭히며 역사를 바꿔왔다. 그렇다면 과거의 패턴에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할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는 안토니우스 역병부터 소아마비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시달려온 전염병의 역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페스트로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었을 때 사람들은 ‘생양파 썰어 집 안에 두기’ ‘에메랄드 부숴 먹기’ 등이 효능 있다고 믿었다. ‘역병의 악마’를 쫓는 독수리 가면을 쓴 의사들의 치료법도 개구리나 비둘기를 가져와 독을 빨게 하는 정도였다. 실소가 나오는 대처지만 미래의 인류가 우리 시대 질병을 되돌아보며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반면 결핵은 유사 이래 가장 미화된 전염병이다. 19세기에 유행하는 동안 작가 화가 등 예술가들이 잘 걸리는 질병으로 여겨졌다. 세균성 질환이 아름답고, 고상한 상류층만 공략한다고 여긴 듯한 그릇된 관념은 이 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는 전염병이 세계사의 위대한 인물과 역사에 어떤 변곡점을 안겨줬는지에 좀 더 치중했다. 16세기 신대륙에 유입된 천연두는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 인구 30%를 사망시켰고 덕분에 유럽인은 그 땅을 손쉽게 정복했다. 수인성 질병 콜레라는 19세기 이후 도시 공중위생환경 개선 등을 낳았다.

 메르스 사스 등에서 보듯 20세기 이후 병원체 변이가 잦아지고 항공을 통한 고속 대량 이동이 시작돼 전염병의 위협이 더 커졌다. 누구도 코로나19의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전염병이든 인류는 견뎌왔고, 결국 이겨냈다는 것이다.


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