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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석학 눈에 비친 한국 정치의 ‘복수 문화’

외국석학 눈에 비친 한국 정치의 ‘복수 문화’

Posted January. 04, 2020 07:50   

Updated January. 04, 202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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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석학으로 한국에만 100여 번을 다녀간 기 소르망은 4일자 동아일보 신년인터뷰에서 “한국 정치가 복수에 함몰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일은 놀라운 일“이라며 ”정권 교체는 복수가 아닌데, 매 선거마다 복수가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우물 안에서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다투느라 미처 떠올려보지 못한 우리 전체의 모습이 우물 밖에서는 어떻게 비치는지 깨닫게 해주는 말이다. 기 소르망 만이 아니라 어느 외국 학자라도 비슷한 평가를 했을 듯 하다.

 전직 대통령을 두 명이나 재판도 끝나기 전에 감옥에 가두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직 상당수를 적폐로 몰아 청산하는 과정이 외국인의 눈에는 복수로 비칠 만 하다. 하나둘 진실이 드러나고 있는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보면 정권이 바뀌면 또 줄줄이 감옥에 가는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우려케 한다. 그 두려움이 집권 세력으로 하여금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착을 갖게 해서 빚어진 것이 군소정당과의 선거법 개정 야합이고 일관성이 없는 토사구팽(兎死狗烹)식 검찰 개혁 시도다.

 조선의 역사는 피비린내 나는 사화(士禍)의 반복이 끼친 폐해를 가르쳐주고 있는데 지금 우리가 비슷한 복수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 소르망은 "민주주의는 권력 행사가 아니라 반대편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며 ”반대편에 대한 존중이라는 개념이 한국 정치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항쟁을 통해 어렵게 민주주의를 이뤘지만 여전히 민주주의가 서 있는 토대인 반대편에 대한 존중의 정신은 희박한 듯 하다. 전근대적인 복수 문화를 극복해야 한국 정치의 미래가 있다.

 그밖에 한국의 진보세력이 죄악시하는 재벌 시스템 등에 대해서도 기 소르망은 외부인의 눈으로 본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재벌이 현재 한국의 위상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이 역사적인 기능을 이해해야 한다"며 "재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몇몇 직종에서 재벌이 독점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재벌을 여러 부문으로 나누는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때 재벌이 지닌 효율성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변화된 경제 환경과 준법 질서에 맞게 개혁할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