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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親文지지층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를 바라보라

文대통령, 親文지지층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를 바라보라

Posted January. 01, 2020 07:47   

Updated January. 01, 202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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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대 최저 법안 처리율로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국회 선진화법까지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놓고 여야가 격돌해 아수라장이 된 국회를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국회 탓만 할 상황은 아니다.

 선거법, 공수처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는 심각한 퇴행을 강요당했다. 여당은 문 대통령의 권력기관개혁 1호 공약인 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했다. 제1야당을 배제한 채 군소야당을 끌어들여 법적 근거도 없는 ‘4+1’ 협의체를 만들었고, 군소야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주는 선거법을 선물하는 뒷거래를 했다. 500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도 막판에 ‘4+1’ 밀실 협상에서 조정했다. 이 모든 과정에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더욱이 공수처법 표결 직전 ‘4+1’ 내부 이탈표가 우려되자 여당은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구를 획정한다’는 합의서까지 만들어줬다. 표 단속을 위해 향후 선거구 획정시 군소야당 후보들의 지역구를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사실상의 매표(買票) 행위나 마찬가지다. 교섭단체 중심의 여야 협상 틀을 깨고 범여권 성향의 ‘4+1’ 체제로 독주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2016년 야당 대표 시절 “선거법은 경기의 규칙이다.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번 ‘4+1’ 선거법 처리 과정에서 제1야당은 철저히 협상에서 배제됐고, 국회의장의 사실상 직권상정으로 선거법이 통과됐다. 여야 공수(攻守)가 바뀌었다고 해서 나쁜 선례를 남기는 일은 없어야 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집권 4년차를 맞았다. 국민들에게 하나씩 정책성과를 보여야 할 때다. 협상의 통념을 깬 ‘4+1’ 선거법, 공수처법 강행 처리는 국민 전체가 아니라 친문 지지자들의 요구에만 부응하는 것이다. 지지층만 결집한다면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듯 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정파의 이익과 지지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뛰어넘어 국론 통합의 리더십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지층만 쳐다보지 말고 도도한 민심의 저류를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