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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금령총서 현존 최대 크기 ‘말 모양 토기’ 출토

경주 금령총서 현존 최대 크기 ‘말 모양 토기’ 출토

Posted October. 01, 2019 07:33   

Updated October. 01, 201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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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사상 최대의 말 모양 토기와 성대한 제사 흔적이 경북 경주시 금령총에서 새로 발굴됐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어린 왕족이 묻힌 것으로 추정했던 이 무덤이 왕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민병찬)은 “일제강점기 발굴했던 금령총을 최근 다시 발굴한 결과 호석(護石) 둘레에서 30여 개의 제사용 토기가 출토됐다”며 “지하식 적석목곽묘(돌무지덧널무덤)로 알려져 왔으나 땅을 파지 않고 만든 지상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금령총은 5세기 후반∼6세기 전반 축조한 신라 고분으로 역사 교과서에도 자주 사진이 등장하는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토기’ 1쌍이 출토된 곳이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높이가 56cm에 이르는 말 모양 토기가 머리부터 앞다리까지 출토됐다.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모습과 얼굴, 턱, 목, 발굽 등의 부위가 정밀하게 표현돼 있다. 제사용 토기와 겹쳐 출토됐으며, 등과 배 부분이 깔끔하게 절단된 듯한 흔적으로 보아 의도적으로 깨뜨려 무덤에 봉헌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석 둘레에서 굴과 조개 등 당대 봉헌물이 가득 담긴 큰 독이 일정한 간격으로 30개 넘게 발견된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금령총은 이번 발굴조사에서 직경이 종래 알려진 것보다 8m가 긴 28m로 드러났지만, 여전히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금령총보다 더 큰 인근 서봉총 등도 호석 둘레에서 제사용 독을 발견했지만 금령총처럼 많지는 않다. 제사용 토기 안팎에서는 말, 소 등의 동물 뼈, 뚜껑접시(개배·蓋杯), 흙 방울, 유리구슬 등도 출토됐다. 신광철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토기가 출토된 층으로 보아 무덤을 만드는 과정과 완성된 뒤에 성대한 제사를 여러 번 지낸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금령총이 왕릉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령총에서는 신라 금관(보물 제338호)을 비롯해 금제 방울과 허리띠, 옥팔찌, 큰 칼 등 왕릉급 무덤에서 나오는 유물이 확인됐다. 그러나 장신구가 대체로 소형이어서 왕릉이라기보다 어린 왕족이 묻힌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발굴 현장을 살펴본 박광춘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왕릉급 무덤에만 5세기에도 남아있는 기대(器臺·밑이 둥근 항아리를 올려놓는 받침)도 출토됐다”면서 “출토된 제의용 토기로 제사의식의 규모를 추정해보면 왕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령총은 일제강점기인 1924년 봉토와 돌무지를 걷어내고 매장 부분만 조사했다. 금관이 출토되거나 대형인 다른 신라 무덤이 지상식 적석목곽묘인 데 비해 지하식이라고 잘못 알려졌던 것도 그 탓이었다. 경주박물관은 내년 매장 부위까지 다시 발굴할 예정이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