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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훼손하고 국민 우롱한 조국사태의 나쁜 先例

법-제도 훼손하고 국민 우롱한 조국사태의 나쁜 先例

Posted September. 11, 2019 07:36   

Updated September. 11, 20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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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은 무리하게 ‘조국 구하기’에 나서다 보니 해괴하고 억지스런 논리를 동원해왔다. 이 때문에 제도의 원래 취지를 비틀거나 왜곡하면서 생겨난 나쁜 선례(先例)들이 당연한 것처럼 굳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국 사태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민심을 거듭 우롱하는 행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 배경으로 “본인의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국회 인사청문회 취지를 곡해한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위법행위의 물증을 찾는 자리가 아니다. 후보자가 부처 장관처럼 막중한 공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도덕성이나 능력을 갖췄느냐를 따지는 것이며 그 기준은 국민 눈높이다.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낙마한 20여 명 가운데 위법행위가 명백히 드러나서 낙마한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거짓말이 드러나 민심이 돌아섰거나 자신과 주변 관리에 실패한 경우였다. 이 정부에서 낙마한 공직후보자들 사례도 비슷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조 장관 임명이 거부됐어야 할 이유는 역대 어떤 후보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고 넘친다. 문 대통령 발언이 선례가 되면 앞으로 청문회는 개최할 이유가 없어진다. 구체적인 증거와 물증을 갖고 위법 행위를 가리는 것은 검찰의 몫이다.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위증 의혹이 명확히 가려지지 않고 넘어간다면 이 역시 위험한 선례가 된다. 조 장관은 청문회에서 딸의 출생신고를 선친이 했다고 답변했으나 가족관계등록부 기본증명서에는 ‘부(父)’라고 적혀 있었다. 선친이 아니라 조 장관이 신고했다는 얘기다. 조 장관 측은 “선친이 한 게 맞고 ‘부’ 표기는 행정기관이 잘못 적었을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위증을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면 증인은 처벌을 받아도, 공직후보자 본인은 처벌 규정이 없어 제재할 수가 없다. 조 장관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다고 해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조 장관이 여당의 지원을 받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란 이름의 ‘셀프청문회’를 소집한 것도 나쁜 선례를 남겼다. 청문회 일정에 대한 여야 협상이 파행을 겪는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기자들을 불러 본인 해명만 잔뜩 늘어놓은 것은 국회를 무시한 행태다. 청문회 절차를 짓뭉개려는 이런 정치적 꼼수가 다시는 있어선 안된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법무장관으로 사실상 직행하는 일이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에 이어 또다시 벌어진 것도 다시는 재발되어선 안된다. 청문회를 앞두고 공직후보자 일가를 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도 이번엔 그럴만한 특별한 상황 요인이 있었지만 남발되어선 안 될 일이다.

 조 장관 임명 강행은 조국 사태의 봉합이 아니라 새로운 분열의 시작이다. 조국 사태가 몰고 올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기존 제도를 무시한 채 진영 대결로 적당히 넘어가면 된다며 밀어붙여 나쁜 선례가 굳어지게 만들면 민주주의와 법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더 이상 법과 원칙, 상식과 기준에 기반한 사회적 통념이 무너져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