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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셀카가 우스꽝스럽다고? 60대 사진거장 발랄한 저항

내 셀카가 우스꽝스럽다고? 60대 사진거장 발랄한 저항

Posted August. 30, 2019 07:40   

Updated August. 30, 20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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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이 바꾼 세상의 여러 모습 가운데 하나라면 단연 ‘셀피(셀프카메라)’를 꼽을 수 있다. 지금도 인스타그램에서 ‘#selfie’를 검색하면 세계적으로 4억300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이 거대한 셀피의 물결에 최근 미국 출신 사진작가 신디 셔먼(65)도 동참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셔먼의 사진은 보통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셀피와는 좀 다르다. 각종 필터를 활용해 우스꽝스럽고 왜곡된 모습을 만들었다. 이런 그의 다양한 셀피들이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국제 기획전 ‘아무튼, 젊음’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는 고령사회에서 역설적으로 강조되는 ‘젊음’을 주제로 한다. 국내외 작가 13팀의 사진, 설치, 영상 등 21점을 전시했다. 이 작품들은 모든 사람이 어려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시류를 꼬집거나 현대사회에서 나이 듦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되돌아본다. 셔먼의 인스타그램 셀피는 전시장 한쪽 방에 아이패드와 벽면 프린트로 전시했다.

 사실 셔먼이 1980년대 선보였던 작업은 ‘셀피’의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그의 첫 시리즈 ‘무제 영화 스틸’(1977∼80년)은 앨프리드 히치콕 영화에 등장할 법한 여성 캐릭터로 분장한 셔먼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담았다. 머리색이나 옷을 다르게 연출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줬다. 이후에도 ‘센터폴즈’ ‘섹스 픽처스’ 등의 시리즈를 통해 천변만화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묘사한 그는, 대중 매체 속 여성의 이미지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변화무쌍한 여성의 욕망을 그리며 전설적 사진가로 발돋움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전시장에서 보이는 그의 ‘망가진’ 모습들은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장난이 아니다. 오히려 일시적 화려함만 좇는 SNS에 대한 저항으로 읽힌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군중들의 민낯을 도리어 까발리고 있는 게 아닐까.

 셔먼의 셀피는 그가 하나의 작품으로 내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전시의 주제와 기획 의도를 SNS 메시지로 전달받은 작가가 전시를 허락했다. 그의 셀피를 전시장에서 공개하는 것은 중국 이후 두 번째라고 한다. 11월 9일까지.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