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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으로 확산되는 美-中무역전쟁

Posted August. 07, 2019 07:33   

Updated August. 07, 201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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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재무부가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외환시장을 통제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강압적인 위안화 절상에 나섰다는게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미국이 추가 관세인상을 발표하자 중국은 여기에 위안화 절하로 응수했고 그 결과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1위안 선을 돌파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이 1달러에 7위안(포치·破七)이 넘도록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보고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환율전쟁으로 세계경제는 더 큰 혼돈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은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에 근거한 것으로 25년만의 조치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앞으로 1년간 중국과 위안화 절상협의를 벌이며 협의가 타결되지 않으면 무차별 경제보복에 나설 수 있다.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제한, 중국 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참여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위안화 절상 압박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환율전쟁은 특정 품목에 대해 수입관세를 매기는 것과는 달리 통화자체를 통제하는 것이어서 상품 서비스 등 모든 양국의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관세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가진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촉발된 미중 무역갈등이 관세전쟁 형태에서 환율전쟁으로 격상됨과 동시에 협상에 의한 갈등해소는 사실상 물건너 갔고, 세계보호무역주의가 앞으로 장기화될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대국 1,2위 국가인 미중간 갈등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수출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2017년 기준 수출 38%, 수입 31%)수준이다. 미국 20%, 중국 33%, 일본 30%에 비하면 세계 교역의 위축이 얼마나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지 알 수 있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아시아 지역 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한국 역시 전날에 이어 또 다시 급락해 장중 한 때 1900선이 무너지고 환율도 달러당 1220원이 올라갔다. 안전자산으로 비치는 달러에 비해 원화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미국이 당장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동안 원화 환율이 위안화에 동조해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중국과의 무역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지만 미국의 시각에선 다를 수 있다. 우리 외환당국도 6일 시장의 과도한 위안화 동조에 우려를 표명했다. 당국은 적절한 개입을 통해 당분간 원화 환율을 위안화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환율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모니터링하면서 심하게 출렁거릴 경우에는 시장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 갈수록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엄혹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