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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대 ‘한미일 전술핵 공유’ 보고서

美국방대 ‘한미일 전술핵 공유’ 보고서

Posted July. 31, 2019 07:38   

Updated July. 31, 201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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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NDU)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일 양국과 핵공유를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나서 북한의 도발 재개와 맞물려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국방대가 제시한 한일과의 ‘핵공유(Nuclear Sharing) 협정’은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적용되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 터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5개 동맹국의 미군 기지에 B-61 전술핵탄두 150∼200여 기를 배치하고, 유사시 해당국 전투기로 투하하는 게 핵심이다.

 핵탄두의 소유권은 미국이 갖고 있는 만큼 5개국은 비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는 구조다. 핵탄두를 작동 가능 상태로 전환하는 ‘최종 승인코드’는 미국이 통제하고, 5개국이 탑재 및 투발수단(전투기)을 제공해 ‘사실상 50%’의 사용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핵을 실전 사용하려면 미국과 해당국 대통령이 공동 승인을 해야 한다.

 보고서는 한국, 일본과의 핵공유 협정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하고 북한 도발을 사전에 억제토록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나토식 핵 공유를 그대로 모방(mirror)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일 양국에 전술핵의 ‘공동 사용권’은 주되 핵폭탄의 투하도 미국이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 소식통은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간 엄청난 재래식 전력이 대치 중이고, 핵까지 보유한 북한 위협을 고려해 비상시 전술핵의 실전 사용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미국이 핵공유 협정 구상 과정에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을 차별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핵이 완성돼 코앞에 배치된 만큼 유사시 한국군이 핵 투하를 할 수 있도록 나토식 핵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어떤 방식으로든 미 국방부 산하기관이 한일과의 핵공유 협정을 제안한 것은 사실상 북한의 핵능력이 임계치를 넘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많다.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실패를 상정한 ‘플랜 B’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다량의 핵탄두와 미 본토까지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군사적으로 일시에 제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핵(核)을 핵으로’ 억지하는 현실적 대안이 부상할 수밖에 없고, 거점 도시를 초토화해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는 ICBM와 같은 전략핵보다는 전선(戰線)을 중심으로 적을 무력화시키는 전술핵에 대한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는 것.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핵 위협에 대처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핵전력 증강 상쇄 및 역내 영향력 차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전략폭격기, 핵 항공모함 전개 등 현재의 핵우산 시스템 유지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내년 11월 재선 도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는 백인 지지층을 공략할 좋은 소재가 될 수도 있다. 한국 등 역내 동맹국의 핵무장론을 잠재우고, ‘전술핵 공동 사용’에 따른 핵탄두의 운영 관리비용도 해당국과 분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도 크다. 핵공유는 결국 핵을 들이는 것인 만큼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도 정면 위배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9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극심한 국론 분열과 동맹 균열 등을 초래할 개연성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방위적 압박에 나설 것이고, 러시아도 이에 가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