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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에 보수•진보 없다”며 정작 역사 논쟁 불지핀 대통령 추념사

“애국에 보수•진보 없다”며 정작 역사 논쟁 불지핀 대통령 추념사

Posted June. 07, 2019 07:32   

Updated June. 07, 201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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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며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식의 선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호국보훈을 통해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을 호소한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 있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의 경제 발전의 공과 진보 진영의 민주주의 발전의 공을 서로가 인정하고 품어야 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또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나라는 미국이었다”며 한미 동맹의 가치를 다시한번 강조했다.

 이념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문대통령이 통합과 애국, 한미동맹의 가치를 다시한번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느닷없이 의열단 활동으로 알려진 ‘김원봉’의 이름을 추념사에서 정식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며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이 광복 후 국군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 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원봉은 1948년 월북해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고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52년 3월엔 김일성으로부터 6·25 전쟁에서 공훈을 세웠다며 최고 상훈의 하나인 노력훈장까지 받았다. 김원봉의 광복군 활동에 대한 반론도 있어 논란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역사학계의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행적을 현충일 추념사에 넣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국군창설과 한미동맹의 토대를 서술하면서 굳이 김원봉을 거론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 대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김원봉 서훈을 위한 정지 작업”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 추념사가 주된 맥락인 국민통합을 위한 메시지로 전달되지 않고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던진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자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과거 행적이 논란에 휩싸인 인물에 대한 평가는 더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