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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봉준호를 기대하며

Posted May. 29, 2019 07:41   

Updated May. 29, 20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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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9년 10월 27일 서울 종로 단성사에서 영화 ‘의리적 구토(義理的仇討)’가 상영을 시작해 크게 흥행했다. 이 작품은 연극 공연에 영화 장면 일부를 삽입한 변형된 형식의 연쇄극 이었다. 당시 조선 땅에서 조선인의 자본과 인력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첫 번째 영화였다. 100년의 세월이 흘러 2019년 5월 26일 새벽, 프랑스 칸에서 날아든 낭보로 대한민국은 들썩였다. 지방의 작은 영화제에 다녀와 이후 진행할 GV(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우던 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축하 메시지가 쏟아내는 신호음에 놀랐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수상을 기대하며 밤을 새우며 기다렸다는 증거였다.

 올해는 한국에서 영화가 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이런 때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신작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쾌거는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한국영화로는 첫 번째, 아시아 영화로는 2년 연속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번까지 아시아 영화는 8차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우리 영화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도전해왔다. 그 사이 임권택 이창동 박찬욱 감독 등의 작품이 세계 영화인의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시’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은 지난해 화제가 됐던 ‘버닝’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수상에 실패하면서 한국영화는 10년 가깝게 본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봉 감독의 쾌거는 우리 영화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웠던 허전함을 해결해준 국제 영화계의 ‘훈장’이었다.

 일찍이 봉 감독은 1994년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지리멸렬(支離滅裂)’을 첫 연출작으로 선보였다. 이 작품 제목의 지리멸렬은 이리저리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제멋대로의 상황을 뜻하며, 사회의 권위 계층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조롱을 코믹하게 담고 있다. 열두 살 때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꾸며 사춘기를 보낸 그는 김기영 감독과 앨프리드 히치콕,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즐겼다. 특히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본 뒤 영화감독의 꿈을 굳혔다고 한다.

 이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칸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칸 영화제는 전통적으로 가족 소재 영화를 선호했다. ‘기생충’도 두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둘째, 칸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영화인이 주목하는 ‘감독 봉준호’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작품에 담아낸 신자유주의에 대한 블랙코미디적인 통렬한 비판 정신이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담아낸 가진 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 정신이 녹슬지 않았고, 더욱 날카롭고 통렬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100년사의 기념비적인 시기에 봉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을 수상하며 세계 속에 우뚝 섰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영화의 꽃이 다시 한 번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 비단 영화뿐 아니라 한국문화 전반에 그의 영향이 골고루 미쳐 앞으로 제2, 제3의 봉준호가 계속 출현하기를 바란다.


김갑식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