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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식량지원, ‘도발에 보상’ 돼선 안 된다

대북 식량지원, ‘도발에 보상’ 돼선 안 된다

Posted May. 09, 2019 07:51   

Updated May. 09, 201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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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조기에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계획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하고 긍정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식량지원에 대한 언급 없이 두 정상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청와대와 백악관 발표의 차이가 보여주듯 대북 식량지원은 그 방식이나 규모, 시기 등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는 듯하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며 식량지원 방침을 서둘러 공식화한 것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은 최근 북한 주민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면 필요한 조치일 수 있다. 국제기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태에 있다. 하노이 결렬 이후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단거리 무기 발사에 나서자 마자 식량지원을 공식화하고 나서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경 도발에도 불구하고 식량을 지원받으면 북한은 이를 도발을 통해 얻어낸 승리의 전리품으로 여길 게 분명하다. 과거 북한은 핵개발과 무력도발을 감행하면서도 한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을 얻어내는 특유의 ‘저팔계 외교’에 능수능란했다.

 더욱이 정부는 북한의 명백한 도발행위에도 “미사일로 보기 어렵다” “단순 훈련이다”며 북한 감싸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식량까지 보내준다면 뺨 맞고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보따리까지 내주는 격 아닌가. 나아가 그걸 바라보는 우리 국민이 느낄 자괴감은 어떻겠는가. 대북 식량지원은 필요하지만 서두를 일이 아니다. 모든 일엔 순서가 있다. 적어도 북한 정권의 도발에 대해 따질 것은 따지고 나서 동포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